푹 쉬면서 보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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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내시경]푹 쉬면서 보는 전시

4월 21일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선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푹신한 의자에 누워 그림을 감상하던 주부관람객 두 명이 잠들어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경기도미술관이 가정의달 특별전으로 마련한 전시 ‘쉼,’을 통해 푹신하고 넓은 의자에 눕거나 기대어 감상하는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를 보던 주부들이 40분 동안 숙면을 취하고 귀가한 것이다. 이들을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만든 작품은 미디어작가 이이남이 제작한 ‘신사임당의 초충도’다. 미술관 전시안내 도슨트에 따르면 그림 속 나비가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하다 졸기 시작해 깊은 잠에 빠졌다고 한다. 미술관에선 전시주제가 ‘쉼’이기 때문에 절대 깨우지 않는다. 

경기도미술관은 ‘푹 쉬면서 보는’ 전시 ‘쉼,’을 6월 19일까지 2층 주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관람객들은 휴식의자에 누워 높이 8~10m인 미술관의 탁 트인 공간에 설치된 하늘과 구름 그림을 보며 푹 쉴 수 있다. 천장쪽 그림을 올려다 보려면 자연스레 눕게 된다. 특히 남성 관람객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듯 일단 누우면 좀처럼 일어나려 하질 않는다고 한다. 미술관이 공원과 인접해 있어 휴일 나들이 관람객의 대부분은 가족동반이 많다. 지난 일요일(4월 24일)에 2700명, 토요일(4월 23일)에 2300명의 관람객이 ‘쉬고’ 갔다고 한다. 4월 15일 개막 후 주말마다 매일 미술관 하루 관람객이 2500명에 달하니 뜨거운 반응인 건 분명하다. 미술관 측도 드문 현상이라고 놀라는 눈치다.

쉼터를 자청한 전시장엔 유난히 의자가 많다. 모양도 제각각인 의자에 눕거나 앉아서 감상하는 작품들은 13팀의 작가들이 제작한 60점의 미술품이다. 전시장에는 김태균의 바다, 강운의 하늘, 이명호의 사막과 나무, 노동식의 민들레 등 자연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달래주는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주부들을 잠으로 인도한 ‘초충도’의 작가 이이남의 또다른 작품 ‘박연폭포’는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그림 가운데 폭포수가 아래로 떨어지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6분 20초 길이의 미디어 작품이다. 박소영은 마음의 짐을 ‘덩어리’라는 형태로 만들어 전시장에 설치하고, 김승영은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 추억이 담긴 시간을 선사한다.

[문화내시경]푹 쉬면서 보는 전시

넓은 전시장을 구경하다보면 다리도 아프고 쉬고 싶은 게 사실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전시장 곳곳에 관람용과 휴식용 의자를 마련했다. 소재도 모양도 제각각인 의자들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또 설치작가 그룹 ‘엽’과 디자인 빈백 전문회사 ‘푹(Poog)’의 협업으로 관람객의 휴식공간도 따로 마련됐다.

가족관람객이 많아 전시와 연계된 감상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미술관에서 ‘푹’ 쉰 관람객들이 함께 다시 오고 싶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봄에 부치고 가을에 받는 편지’ 프로그램도 인기다. 엽서에 글을 써 전시실 편지함에 넣으면 미술관에선 오는 9월 1일 오전에 엽서에 적힌 주소로 편지를 발송한다. 쉬었다 가는 인증샷을 미술관 측에 보내거나 쉬었다 가는 소감을 남기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설명이 있는 전시투어는 평일 오후 2·4시, 휴일에는 오전 11시, 오후 2·4시에 마련된다. 전시 기간 중 감상교육프로그램 ‘미술 안에서 쉬어가기’도 진행된다. 4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30명 미만의 단체관람객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들을 친근하게 감상하는 법을 알려준다. 무료입장. www.gmoma.or.kr (031)481-7000.

<유인화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rhe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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