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운명, 삼성·현대 가문 흥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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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와 현대가.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벌가(家)’의 대명사다. 1945년 해방 이후 시작된 한국 재계 역사를 보면 수많은 재벌이 명멸했다. 하지만 삼성가와 현대가는 재벌의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1998년에 터진 IMF사태는 한국 재벌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정경유착으로 샛별처럼 등장했던 신흥 재벌들 중 상당수는 IMF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대다수 재벌이 쪼그라들거나 사라져 갈 때 삼성가와 현대가의 힘은 더욱 커졌다. 

삼성본관과 현대사옥

삼성본관과 현대사옥

그러면 삼성가와 현대가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IMF 이후 10년간 30대 재벌의 판도 변화를 보면 삼성가와 현대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재벌닷컴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30대 재벌그룹 변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쌍용, 한솔, 태광, 고합, 대상, 동원, 대성 등 7개 그룹이 순위에서 사라졌다. 현대중공업, GS, STX, LS, 한진중공업, 웅진그룹이 빈 자리를 채웠다. 2011년 3월 현재 자산 기준 30대 재벌그룹 중 삼성가는 3곳(삼성, CJ, 신세계)이고, 현대가는 5곳(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이다. 범 현대가의 일원이라고 할 KCC까지 합치면 현대가는 6곳에 이른다. 30대 재벌 중 30%가 삼성가와 현대가인 셈이다.

기업 규모를 의미하는 자산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삼성가 3곳의 자산총액은 264조원, 현대가 6곳의 자산총액은 221조원. 두 가문 출신 9개 그룹의 자산을 합치면 총 485조원에 이른다. 30대 재벌그룹의 전체 자산총액이 올 3월 기준으로 1060조원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46%를 삼성가와 현대가 재벌이 차지하고 있다.

두 가문 출신 재벌의 경영실적을 보면 더욱 놀랍다. 2010년 기준으로 삼성가 출신 3개 그룹의 총매출은 279조원, 현대가 출신 6개 그룹의 총매출은 204조원을 기록했다. 30대그룹 전체 매출이 1025조원이었으니 두 가문 출신 재벌의 비중은 47%였다. 이들이 올린 순이익은 경이적이다. 삼성가에서 27조원, 현대가에서 21조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해 두 가문 출신 9개 그룹이 30대그룹 전체 순이익의 67%인 48조원에 달했다.

한국 실물경제의 60%가량을 이른바 30대 민간 재벌그룹이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가와 현대가 출신 재벌그룹이 한국 경제의 30%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갈수록 삼성가와 현대가의 경제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10년 전인 2001년 당시 두 가문 출신 9개 재벌그룹의 자산총액은 30대그룹 전체의 42%, 매출과 순이익은 41%와 34%를 각각 차지했다. 2000년 이후 10년 사이에 두 가문 출신 그룹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두 가문을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눈부신 약진이다. 삼성그룹의 자산규모는 2001년 70조원에서 올해 231조원으로 3.3배, 현대차그룹은 36조원에서 127조원으로 3.5배가 불어났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운명이 두 가문의 흥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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