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킬’의 흐뭇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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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표를 구하셨어요?”
조승우가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왔다니까 어느 방송사 아나운서가 대뜸 건네는 질문이다.

[문화내시경]‘조킬’의 흐뭇한 질주

예매를 학수고대하다 깜빡 잊은 탓에 두어 시간 늦게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이미 그가 출연하는 날 공연 티켓은 동이 나버렸더라는 것이다. 요즘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인 뮤지컬 배우 조승우의 위력이다.

마니아들은 ‘조지킬’이라는 표현도 쓴다. 물론 조승우가 연기하는 지킬 박사라는 의미다. 성악 발성이 뛰어난 류정한의 ‘류지킬’, 미친 가창력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는 홍광호의 ‘홍지킬’도 나름 인기가 많지만, ‘조지킬’의 폭풍 같은 질주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이쯤 되면 신드롬을 넘어 광풍이라 할 만하다. 무대예술이지만 몇 개월에서 몇 년씩 장기공연도 하는 뮤지컬 장르이기에 스타의 등장은 반갑다. 아이돌 예능인의 반짝 인기가 아닌, 뮤지컬로 명성을 얻은 배우가 만들어낸 풍경이어서 흐뭇한 마음마저 든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원작은 소설이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인기작가 겸 시인이었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했는데, 원래 제목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 대한 이상한 사건 보고서(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다. 처음 무대에 조명이 밝아오면 지킬 박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였던 가브리엘 존 어터슨의 독백이 시작되는데, 물론 소설의 영향이다. 소설의 내용이 바로 변호사였던 존이 그의 오랜 친구 지킬 박사와 혐오스런 존재 하이드씨에 대한 조사 기록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전에도 수십 편의 영화와 연극이 등장할 만큼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원작과의 차이점이라면 인간 내면의 이중적인 본성을 이야기하려던 소설에 비해, 영화나 무대로 재연된 콘텐츠 속에서는 보다 로맨틱한 감수성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이중적인 캐릭터 못지않게 각각의 연인이었던 엠마와 루시의 비중이 꽤나 무게 있게 다뤄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인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는 바로 엠마가 지킬 박사의 피폐한 모습을 괴로워하며 부르는 뮤지컬 넘버다.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을 보였던 것은 1997년의 일이다. 2001년까지 1543회의 장기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오랜 흥행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한 수준의 리뷰들과 150만 달러의 적자만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곡자였던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만은 예외여서 수많은 가수들에게 리메이크되는 인기를 누렸다. 조수미가 2000년 발표해 인기를 끌었던 ‘온리 러브’도 그 중 하나다.

<지킬 앤 하이드>의 흥행은 우리나라에서의 기록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2004년 코엑스의 국제회의장을 개조한 오디토리움에서 첫 막을 올렸는데,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조승우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6년 3월에는 일본 공연도 이뤄졌는데, 요즘 국내 공연에도 그 무대를 기억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찾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용관에서의 장기 공연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녹음 반주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라이브 연주를 더해 관객의 만족도를 높인 것은 칭찬받을 만한 발전이다.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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