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발상의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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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힙합 그룹 DJ DOC의 리더 이하늘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강심장>을 안 하면 자기네 방송에 출연 안 시켜 주신다며 스케줄을 빼 주셔서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 주셨다”로 시작한 내용은 SBS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아서 같은 방송국에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인 <인기가요>에도 나오지 못하게 되었음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수들을 방송의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PD들의 행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SBS<인기가요>홈페이지.

SBS<인기가요>홈페이지.

이번 사건에 대해 SBS 측에서는 사실무근의 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기획사 관계자 중 다수는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자행되어 온 문제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관망하는 상황이다. 암암리에든, 대놓고 그런 일이 있었든 이번 이하늘의 발언은 우리 방송계와 대중음악계의 몇몇 고질적 문제점이나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부분을 시사한다.

방송 출연을 빌미로 PD들이 마치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도 된 양 권위를 앞세워 행동한다는 것이 첫째다. 프로듀서는 좋은 방송을 만드는 것을 우선 사명에 두어야지 특정 이익을 위해서나 파벌을 지킬 목적으로 출연자를 선별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하늘의 말처럼 음악인을 단순히 어떠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을 함께 꾸미는 동반자로 보는 자세도 갖춰야 할 듯하다.

가수들 또한 얼마 안 되는 음악 방송 아니면 버라이어티 쇼에만 집착하는 사고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모름지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매진해야 할 텐데 요즘에는 디지털 싱글을 내고 몇 번 무대에 섰다가 예능 영역에 몸을 내던지는 게 다반사다. 음악에 대한 진지하지 못한 마음가짐 탓이며, 그게 더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돈을 벌기에도 수월하다는 1차원적인 생각 때문이다. 진정으로 음악에 뜻이 있다면 방송국 밖으로 과감하게 행군할 줄도 알아야 한다.

파문을 일으킨 이하늘의 트위터.

파문을 일으킨 이하늘의 트위터.

세 번째로 이름뿐인 대한가수협회의 방관적 처신도 빼놓을 수 없다. 명색이 가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창립된 단체임에도 이런 사안에 대해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미 예전부터 가수들의 출연 불이익 문제가 떠돌았던 사항이지만 그것을 정확히 확인하고 개선하는 일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명무실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없다.

혹자는 DJ DOC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말한다. 유명하거나 화제성이 없는 인물은 방송에 출연할 엄두도 내지 못하니 이 말도 일면 옳다. 인지도가 없고 기획사의 도움마저 못 받는 가수들에게는 어쩌면 행복한 고민으로 느껴질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수 본인과 자신의 노래를 더 효과적으로 광범위하게 알리고자 그들은 도합 3개뿐인 공중파 방송의 문을 쉼 없이 두드릴 것이고, 이러한 사정을 아는 일부 PD들은 계속해서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방송 제작자는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의 질을 염두에 두고 출연자들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 가수들은 자기가 진실로 음악을 하려는 사람인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방면으로 음악에 대한 활동을 시행해 나간다면 방송에 대한 상충은 줄어들 것이다. 체제의 변화가 여의치 않다면 태도를 바꾸는 편이 더 낫다. 

 한동윤<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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