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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집값 투기꾼 잡으려다 서민 잡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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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동산값 폭등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종부세 논란에서도 보듯 투기꾼이 아닌 집값을 잡으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 투기단속반원들이 동탄2지구 신도시 예정지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성일 기자>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종부세 논란에서도 보듯 투기꾼이 아닌 집값을 잡으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 투기단속반원들이 동탄2지구 신도시 예정지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성일 기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부동산 정책이다. 특히 “참여정부가 30여 차례 넘게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상승했다”는 한나라당의 맹공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제대로 된 변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은 무려 1365조 원이나 올랐고 세금은 100조 원이 걷혔다. 지난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31.6%가 상승하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50%나 상승했으며, 오른 땅값 1365조 원 중 1248조 원이 상위 10% 국민에게 돌아가 빈부격차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폭등의 원인에 대해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각종 개발정책을 남발하여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으며, 시장과 싸운 참여정부의 실험실 정책이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날아가버렸다는 비판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8·31 부동산정책’ 등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수없이 쏟아냈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부과,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및 거래가격 등기부 등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의 제도를 도입했고,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시장이 급등세를 보인 2005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최근에야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대란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눈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값이 반토막 나고 주택경기가 바닥으로 치달으면서 건설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자 다급해진 당시 국민의 정부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를 쏟아낸 탓이라는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소형 의무건설비율 축소, 아파트 재당첨 제한 폐지,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이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광풍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폭탄’이라며 흔드는 부동산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부세를 근간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올 들어 부동산 투기도 한풀 꺾여가고 있다고 자평한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 중 우리와 같은 부동산 규제는 없다”며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증오’를 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지방 아파트의 미분양 사태에서 보듯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연립 등 모든 지역, 모든 주택이 다 오른 것은 아니지 않냐”며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상승세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이 지역의 교육환경 등 희소성을 보지 못하고 투기꾼 운운하며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부동산에 대한 과다한 투자는 저금리 탓도 있지만 혁신도시 등 토지보상금을 과다하게 풀어 정부가 유동성을 조장한 것도 한 요인”이라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부동산의 가치를 알고 투자하는 게 시장의 논리인데 이것이 왜 투기냐”라고 되물었다.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보유세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의 퇴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며 “양도차익을 막기 위한 세제라면 최근 급등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좋은 시장에 맡겨야지 부실한 시장에 맡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성장이나 인구 증가로 인한 정상적 상승과 투기적 요인에 인한 비정상적 상승으로 나눌 수 있다”며 “한나라당처럼 투기에 의한 가수요까지 수요로 치면 과공급에 의한 폐해가 반드시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데는 그도 동의했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 전념해야 할 정부가 집값 잡는 데만 매달렸고, 보유세 기준을 6억 원으로 정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겹쳐 조세 저항을 불러왔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인 토지에 보유세를 높게 매겨 가격상승의 요인을 없애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참여정부 시절 집값 폭등은 1990년대 묶여 있던 투기심리가 2000년대 들어 폭발한 것으로, 김대중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와 토지공개면 무산 등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여파를 받은 감도 있다”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동산 활황 기대감이 있지만 이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이 후보 자신에게 자가당착이며, 부동산 사이클을 보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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