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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김영삼 정부 통계 왜 지금와서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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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금 증가

‘세금폭탄’ 에 대한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 종로세무서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신고 안내서를 분류하고 있다. <경향신문>

‘세금폭탄’ 에 대한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 종로세무서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신고 안내서를 분류하고 있다. <경향신문>

세금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은 ‘세금폭탄’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나라당은 “도시 근로자의 저소득층마저 100원을 벌어서 15원을 세금으로 낼 정도로 우리 국민은 참여정부 들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세금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며 2006년 조세부담률 증가 및 국민부담률 증가가 각각 21.2%, 26.8%로, 이 추세라면 2008년에는 국민 1인당 434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 4년간 소득은 20% 증가한 데 비해 세금·부담금은 40% 증가했다”며 “세금 탓에 국민은 저축할 돈도 먹고 쓸 돈도 줄었고, 그 때문에 내수 경기는 침몰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30개 OECD 회원국 중 재산과세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은 단계이며,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장기보유자와 소득 없는 고령자들도 빚을 내서 세금을 내야 할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라 빚도 10년간 잃어버린 경제의 한 축이라고 공격한다. 한나라당은 “1948년부터 2002년 사이의 국가 채무보다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더 많이 증가했다”며 그 근거로 1948년 정부 수립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국가 채무가 133.6조 원이었으나 현 정부 출범 후 증가한 국가 채무만 185.2조 원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 때문에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5년 만에 국가 부채는 2.3배가 증가해 302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다른 대응에 비해 단호하다. 청와대는 국정 브리핑을 통해 “2004년 국회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2%p 인하했지만 기업들이 기대만큼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며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기업의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서민 경제가 좋아진다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종부세에 대해서도 “상위 2%를 위해 부동산 안정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국가 채무도 “과거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부터 잉태된 것이 이제 와서 통계로 잡히는 것”이라며 그나마 현재의 국가 채무도 OECD 회원국의 평균 채무비율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재경부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정부가 거둔 부동산 관련 세금(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재산세, 취득·등록세 등)은 총 100조5957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정부가 거둔 유류세(교통세, 특별소비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는 85조972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참여정부가 부동산·유류세 명목으로 총 186조5678억 원을 거둔 셈이며, 이는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총 국세수입 179조3000억 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이에 대해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참여정부는 좌파적인 복지정책과 국토 균형발전, 대북포용정책 등으로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 국가채무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키는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하며, 그 대신 부가가치세와 술·담배·휘발유 등에 대한 세율은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공평성의 명분과 정치논리에 사로잡혀 지금과 같은 조세정책을 추진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최소 3년간은 세출예산을 동결해 각종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고 세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 교수의 분석은 다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법인세와 소득세 등은 줄었다”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한 것이 많은 저항을 받았는데, 이는 일부 부유층의 부담일 뿐 국가 전체적으로 세금이 강화됐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가 채무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부터 누적된 폐해가 IMF 외환위기를 만나면서 외형화한 것이지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만들어낸 빚이 아니다”라며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공적자금을 조성하면서 국채가 아닌 공채를 발행했는데 참여정부 들어 이를 국채로 다시 전환하는 과정에 국가 채무가 늘어난 것으로, 이는 단순히 숫자의 변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복지정책 강화 탓에 국가 채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또 “세금을 늘려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은 선진국의 전형적인 정책”이라며 “세금을 낮추겠다면서 복지는 늘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공약은 모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전경련·경총·대한상의 등이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춘 듯 각종 세금과 규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우리 정부의 사회투자적 지출은 OECD 중 최하위권으로 초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인데, “우리는 국가 주도의 사회투자에 여전히 목마르다”(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종부세 등을 낮추겠다는 공약은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시대로 가겠다는 것”(김기원 교수)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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