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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대책 잃어버린 15년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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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정규직 확산

“참여정부는 2004년부터 향후 5년간 각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무려 12조1000억 원을 투입했으나 50% 성과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200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2조6000억 원을 쏟아 붓고도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론을 펴는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는 2000년 무렵부터 사회문제가 되었다. 올해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되고 ‘이랜드 사태’ 등이 벌어지면서 이 문제는 첨예한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비정규직·청년실업 실태에 대해서는 정부나 한나라당·각계 전문가 사이에 특별한 이견은 없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자료는 통계청이나 노동부·정부 연구기관이 발표한 수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의 해석’과 ‘해법’을 두고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먼저 정부의 반론을 들어보자.
“2004년부터 시작한 5개년 사업의 3년 실적만 써놓고 목표를 절반만 달성했다고 말하면 되나. 이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경제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는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도 저출산 고령화로 청년층 자체가 줄어들었고, 실제 청년 실업률이 높긴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도 높은 비중을 보인다고 덧붙인다. “일반적으로 대졸 청년은 좋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스매치’가 문제”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취업률 감소는 기본적으로는 인구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구체적 정책의 평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소위 진보·보수 입장에 따라 국민의정부·참여정부 비정규·청년실업 정책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학·사회학)는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비정규·청년실업 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온 대안연대회의 등 연구단체에 참여해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이 시장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극대화한 데서 비롯된 것인데 10년 전 한나라당이 내놓은 해법 역시 마찬가지였고, 현재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비정규보호법 등 입법이 거꾸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법 제정에 따른 효과는 이차적”이라며 “비정규직의 비중을 현재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채용하는 비정규직 비중을 줄여야 하며 강제로라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의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든 행정적 조치이든 정부의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국 김대중 정부가 취한 경제정책은 한나라당과 입장이 똑같았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법 시행 후 폐해가 확인되는데, 그 법은 참여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작해 통과시키지 않았던가”라며 되물었다. 비정규직·청년실업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다른 데 원인이 있다’고 왜곡한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김태기 교수(단국대·경제학)의 시각은 다르다. 김 교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공약정책 수립과정에 참여해왔다. “법으로 노동문제·임금차별 문제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허상이다. 정부의 역할은 임금이나 근로정책 등에서 예산이나 재정지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다.” 비정규 입법보다는 노동시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집중되는데, 중소기업 지원법률은 많지만 인적 자원 지원에 대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것이 지난 10년의 문제”라고 말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그는 “대기업의 노동부문은 전체 노동시장의 2~3%에 불과한데, 진보진영의 논자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거대담론에 빠져 있다”고 반박했다. ‘잃어버린 10년’과 관련해 그는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국민의정부·참여정부는 적어도 비정규·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말한다.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도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인턴제·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을 내놓았지만 그 후 비정규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정부 노동정책은 임시방편·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되풀이되었다”며 “보수·진보를 떠나 비정규직 해소·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단언했다.

지난 10년에 대한 관련 현장단체 평가는 더욱 인색하다. 특히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 진단을 넘어선 대안 실천 프로그램에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해법은 여전히 불신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사정위는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지루한 공방전만 되풀이했고, 비정규직입법은 누구든지 손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정치권력으로 누릴 수 있는 인사권은 행사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사회의 흐름을 바꾸거나 경제개혁에 대한 적극적 조처는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정치권력의 상실로 본다면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맞을지 모르지만 사회·경제적 흐름은 10년 이전의 문민정부 정책과 단절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금도 어느 정당이나 후보도 모두 비정규직·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대로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노동정책과 관련, 누가 집권해도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15년’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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