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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먹는 공룡”에 “다이어트는 무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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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만정부

정부 과천청사 전경. <서성일 기자>

정부 과천청사 전경. <서성일 기자>

한나라당과 참여정부는 현 정부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알뜰하고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는 없고 혈세 먹고 비대해진 정부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비만 정부’에 대한 비판은 IMF 외환위기 당시 출범한 국민의 정부보다 참여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는 2003년 이래 380차례나 공무원을 증원했고 인건비만 5조 원이 증가하는 등 공룡정부·비만정부가 됐다”며 “각종 위원회 예산은 지난 4년간 4배 이상 증가했고 거대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어김없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참여’가 아닌 공무원의 ‘참여’만 확대한 참여정부라고 비꼬았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2007년 9월 현재 전체 공무원 수는 95만771명으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2005년 공사로 전환한 철도공사 인원 2만9997명까지 총 9만5604명이 증가했다”며 “‘정부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주장으로 고도의 비만형 정부를 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재의 정부를 ‘저체중 정부’로 규정하고 더 이상 ‘다이어트’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은 “총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우리나라는 2.8%로 미국(7.0%), 프랑스(7.8%), 영국(7.9%) 등 선진국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이라며 “작은 정부라고 언론이 추켜세우는 일본의 3.5%와 비교해도 훨씬 작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소방관 1명이 불을 끌 때 일본은 2명이, 우리 경찰관 1명이 도둑을 쫓을 때 미국은 2명이 쫓는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참여정부에서 증원한 국가 공무원 5만7000여 명 중 교원이 51%로 절반이 넘으며, 경찰(11%), 보건·환경(6%), 집배원(5%), 고용지원(5%), 교정(3%) 등으로 84%가 대민 서비스 인력”이라며 “초·중·등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감소했고 특허심사 대기시간이 대폭 축소되는 등 실제로 대국민 서비스가 최근 4년간 향상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참여정부는 큰 정부가 아니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 않았다”며 “이 두 가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각 나라가 처한 여건과 시대상황에 따라 국가의 역할과 재정 규모를 적절하게 조절해나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과 관련해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기우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는 공공 영역을 민간에 넘겨줬는데 현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이 일을 하게 됐다”며 “산업사회가 남겨놓은 것들과 현재의 지식정보사회의 업무를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공무원이 해야 할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공무원 수가 늘고, 공무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규제도 덩달아 늘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지역 간의 차별을 없애는 균형발전정책을 도입함으로써 각 지역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경쟁을 유발하는 지방 분권화가 참여정부와는 맞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참여정부가 공무원 수와 조직을 늘인 것은 관료들의 요구를 끝없이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도 아마추어고 국회의원들도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초선들이 많았기 때문에 관료들에게 포획됐다”며 “결국 현 정부를 출범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인데,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고위공무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부처에서 일자리가 3급 한 개만 늘어도 조직의 숨통을 쥐었다고 했는데, 요즘은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만 300개 이상 늘었다”고 비꼬았다. 이 교수는 “일본·영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처럼 부처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대(大)부처주의를 따른다”며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병섭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는 “공무원 증원의 절반 이상은 교원인데 현재 누구도 교사를 늘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며 “일부에서 앞으로 학생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잉여 교원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7년 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정부 부문의 인력 증감문제의 핵심은 능률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정부 초기에 공공부문을 줄였는데 그때는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천호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고위 공무원단이나 개방형 제도를 도입한 것은 공무원들에 불리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관료들의 논리에 함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위원회제도와 관련해 “일을 새롭게 하려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며 “실제로 교수들이 정부에 들어가 보니까 생생한 자료를 얻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것을 가리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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