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으로 공연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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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공연장의 관객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사람들은 왜 공연장에 올까’ 하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려고 공연장에 온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공연장의 음향은 집에서 편안하게 Hi-Fi로 듣는 것만 못하다. 스테레오인 공연장 사운드 역시 5.1채널과 첨단의 음향기기로 무장된 거실보다 확연히 질이 떨어진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공연장에 온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육안으로 가수의 풀샷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아주 비싸며, 몇 사람 앉지도 못한다. 차라리 자세 나오는 그림들로만 엄선해 편집한 실황 DVD를 보는 편이 공연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꽉꽉 막히는 주말 저녁, 저녁식사 시간에 어중간하게 걸쳐 허기지는 공연시간에 1인당 1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써가며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토고전의 승리를 지켜보며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그리고 독일 현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드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은 집에서 편안하게 맥주 마시며 보지 많은 인파에 부대끼며 저러고들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골을 먹었을 때도, 동점골을 넣고 역전골을 넣었을 때도 그 어느 때도 여전히 노래 부르며 응원하는 사람을 보면서 사람이 왜 공연장에 오는지, 왜 현장에 있고 싶어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것은 스스로 즐기기 위해, 즐겁기 위해, 놀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은 온갖 수고를 무릅쓰고 공연장에 와서, 경기장에 가서 또 거리에서 노래 부르고 뛰고 환호한다.

객석을 무대보다, 그라운드보다 더 뜨겁게 달구며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뛰고 노래할 때,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보다 객석에서의 응원이 더욱 재미있고, 가수의 실수도 선수의 실책도 그런 즐거움의 한 부분이 된다. 승패에만 관심이 있다거나, 듣거나, 보기만을 위해서라면 그 자리에 나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디 얼마나 잘 부르는지 보겠다는 표정으로 팔짱끼고 앉아 있는 관객은 공연장에 오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무대보다 화려한 객석, 선수보다 더 열심히 뛰는 관객은, 그렇게 각자의 공연에 주인공이 되고 월드컵의 대표선수가 되어 공연장으로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연기획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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