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차 ‘삼촌’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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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차를 담당하는 일은 사실 좀 따분한 직업일 수도 있다. 공연장에 도착해 모터를 돌리고 음향이나 조명에 필요한 전기선을 연결해 주는 것으로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발전차는 공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다.

배선이 끝나면 그때부터 발전차의 일은 기름이 떨어지지만 않게 제때 확인만 해주면 된다. 하지만 발전차에 기름이 떨어져 전기가 나갈 확률은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질 확률과 비슷한 정도다.

지금의 발전차 ‘삼촌’과 일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공연 중에 발전차 기름이 떨어져버린 사상초유의 사건이 있었던 날이라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옆 공연장에서 다른 가수 공연에 스태프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 발전차 관계자가 술에 취해 기름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던 참에 우리 발전차에 기름을 붓고 모터를 돌려서 가까스로 공연이 시작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발전차 삼촌은 항상 우리 공연의 전기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삼촌’의 역할은 발전차로 그치지 않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공연 안전요원으로, 무대 팀의 잡부로, 매니저로 공연장 곳곳을 누빈다.

그런 모습은 자기 역할이 분명한 공연 제작현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것이 때론 좀 못마땅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막 공연이 끝나고 시키지 않은 무대 뒷정리를 하는 그에게 가서 “그냥 두시라, 다 자기 일이 있고 자기 역할만 잘하면 공연은 잘 돌아간다” 말하니 삼촌은 “공연은, 두루두루 서로서로 잘 알고 맞춰줘야 쓰는 것인디, 음향이 조명에 안 맞추고 조명은 지 혼자 튀겠다고 무대에 안 맞추고 에라 발전차는 공연 끝났다고 전기 확 내려 뿔면 공연이 되간디? 각자 잘하는 것이 아녀, 서로 맞추는 거여, 이 양반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는 말이다.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한 장면을 위해 음향과, 조명과, 영상과 특수효과가 한 순간에 짠하고 맞아 떨어지려면 서로에게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향은 좋았는데 무대는 꽝이었다는 이야기는 공연이 안 좋았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전기를 올리고 무대도면과 큐시트를 꼼꼼히 챙겨보는 발전차 삼촌, 그에게서 서로 맞춰가는 법을 배워야 할 사람들이, 공연장 스태프들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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