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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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는 단어 자체가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일단 희망적이다. 그래서 올해의 첫 이야기는 이 땅에서 신인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한다.

방송사 주최의 가요제가 거의 유일한 데뷔무대였던 시절, 가수지망생들은 죽기살기로 가요제를 준비하고 기타줄을 맞추며 때를 기다렸다. 입상하면 당연히 방송에 출연하고 앨범 발표하고 가요순위프로그램 차트에 오르내리며 입지를 굳혔다.
세월이 지나 수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생겨나고 산업화되면서는 각 기획사들이 저인망 훑듯이 좀 한다 하는 신인이나 지망생들을 저가로 장기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100만원에 10년 계약도 있었다 하니 그걸 계약이라고 하는 기획사나 가수지망생이나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댄스음악이 주류였던 시절이라 노래도 들어보지 않고 길거리 캐스팅되는 경우도 많았고, 생판 처음 보는 아이들끼리 모아놓고 기획사 사장이란 작자가 “니들 한팀 해라” 하면 그대로 해야 되는 그런 시절이었다.

좀 더 세월이 흘러, 지금은 ‘홍등포’가 되어버린 홍대주변 클럽에 각지에서 모여든 생기발랄하고 실력탄탄한 밴드들이 자웅을 겨루며 음악을 즐기게 되었고 이중엔 자신들의 음악색깔을 발전시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은 가수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어느 시대나 노래하고 싶은 사람들은 있었고 그들을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때론 능력있고 훌륭한 자질을 갖춘 신인들이 노래할 수 있는 환경과 만나지 못해 아쉽게 끝나버린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확연히 질 떨어진 가요제나, 변해버린 홍등포에서 비비적대면 가수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지금 가수가 되고 싶다면 ‘깔쌈하게’ 데모CD 만들어 보내고, 소속가수가 확실한 기획사에서 간간이 주최하는 공개오디션에 참가하고 개인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조건도 까다로워, 노래는 기본, 연주도 기본, 외모도 기본이거니와 춤과 말도 아예 못하거나 아주 잘하거나 둘 중 하나는 돼야 한다. 노래만 잘하거나 연주만 잘하는 신인은 뮤지션은 될지 몰라도 스타는 될 수 없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노래만 잘하거나 연주만 잘하는 신인이라도 올해는 꼭 만나길 고대한다.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스타는 많은데 뮤지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만능엔터테이너, 쇼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스타 말고, 몇 옥타브의 고음이라든지 신들린 기타연주라든지 하는 고색창연한 수식어가 붙는 그런 신인 어디 없나?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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