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글로벌호크 연간 유지비 850~3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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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호크는 첩보위성 수준급의 무인정찰기다. 2009년 미국이 제시한 글로벌호크 4대 1세트 가격은 486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2년 미국은 1조3000억원으로 가격을 또 올렸다.

한국군이 최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호크 4대를 8800억원에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의결했다. 군이 2003년 6월 제200차 합동참모회의에서 2009년 전력화를 목료로 HUAV 도입을 결정한 후 11년 만이다.

전력화는 당초 계획보다 10년 정도가 늦춰졌지만 군은 2018~2019년까지 글로벌호크 4대 1세트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호크는 1세트 4대 가운데 2대가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하고 한 대는 출격 대기상태, 나머지 한 대는 정비상태로 운용을 하게 된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보내온 구매수락서(LOA)에 ‘글로벌호크(RQ-4 블록30형) 4대를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경향신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경향신문

글로벌호크와 같은 HUAV는 2015년 전작권 전환 이전 도입해야 할 필수 전력화 소요로 꼽혀 왔다. ‘세계를 나는 매’라는 뜻을 지닌 글로벌호크는 미국 노스롭그루먼사 제품으로,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급의 무인정찰기다. 또 작전반경이 5500㎞에 달하고 35~42시간 동안 정찰활동이 가능해 대륙간 비행도 문제가 없다. 북한 전역은 물론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동북아 대부분 지역을 살필 수 있다.

북한은 물론 동북아 대부분 작전 반경
그런 만큼 한국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6월부터 전략무기인 글로벌호크 도입 추진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은 2006년 1월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판매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미 정부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은근한 불신도 작용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글로벌호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규정에 따라 관련 장비와 기술의 수출 및 해외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품목”이라고 거절의 이유를 밝혔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방예산에 쪼들리게 된 미국 정부는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판매는 하지 못하지만 임대는 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건 조건이 일본과 호주도 글로벌호크 판매를 요구하니 이에 응해서 미군이 글로벌호크를 한국과 일본, 호주를 위해 운용해주고 대신 한국 등 3개국이 공동으로 분담해 사용료 명목의 임대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즉 한국의 경우 미군이 알아서 북한을 정찰해줄 테니 사용료를 내라는 식이었다. 이는 미군이 얼마든지 선별해서 자료를 줄 수 있는 문제 등이 있는 데다, 3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글로벌호크를 운용할 수 없는 문제점 등이 있어 한국군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2008년 미 국방부는 형편이 어려워진 자국 군수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측은 글로벌호크의 해외 판매를 위해 MTCR 회원국이 참가하는 국제회의에서 글로벌호크 수출을 막는 MTCR 관련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도 전해 왔다. 미 측은 2009년 6월 한국에 이 같은 판매가능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했고, 같은 해 12월 제안요청서(LOR)를 발송했다. 당시 미국이 제시한 글로벌호크 4대 1세트 가격은 486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계획은 엉뚱한 ‘암초’를 만났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국방비를 과도하게 투자하기보다 돈독한 한·미관계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히면서 글로벌호크의 구매계획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첨단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FX사업의 기종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첨단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FX사업의 기종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국가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20011년 다시 글로벌호크의 구매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지만, 미 의회의 승인이 계속 지연되면서 해마다 글로벌호크 사업예산은 이월과 불용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미국 측이 내세운 1세트 가격은 9422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책정한 총사업비 4856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막대한 운영비 비해 저효율 지적도
2012년 한국이 다시 미국 측에 구입을 타진하자 미국은 1조3000억원으로 가격을 또 올렸다. 이처럼 치솟는 가격은 국회 국방위에서도 문제가 됐고, 군은 미국 보잉사의 팬텀아이 또는 에어로바이런먼트사의 글로벌옵저버를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텀아이는 실전 투입 경험이 없고, 글로벌옵저버는 2011년 시제기가 추락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결국 글로벌호크만이 한국군이 도입 가능한 고고도 정찰기 기종이 됐고, 이번에 전력화가 결정됐다.

글로벌호크가 전력화되면 북한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움직임도 보다 용이하게 알아낼 수 있다. 소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실시간으로 탐지한 뒤 식별·결심·타격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인 <킬체인> 체계에서 글로벌호크는 탐지단계에서 핵심 장비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막대한 운영유지비 부담이다. 미군이 밝힌 9년 전인 2005년 기준으로도 15년간 운영유지비로 24억29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연간으로 따지면 1억6000만 달러(약 1700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수년 전 글로벌호크의 시간당 운영유지비가 3만5000 달러(약 3712만원) 수준으로 20년간 운영하면 6조원의 유지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4대의 연간 유지비는 850억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이 글로벌호크의 핵심 장비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되면 한국 정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이는 지난 27일 미국이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에 장착된 핵심장비인 타이거 아이(Tiger eye) 부품 가격을 처음 도입 때보다 6배 인상할 것을 요구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F-15K의 ‘타이거 아이’는 적외선 및 레이저를 방출해 야간에도 정찰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비다. 군은 2009년 F-15K 전투기 1차 도입 때 ‘타이거 아이’ 10여대를 구매했다. 그런데 미국이 타이거 아이 생산을 이미 중단했기 때문에 다시 생산하려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글로벌호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한국군이 도입하는 글로벌호크는 미국이 운용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방위사업청은 “수입하는 글로벌호크는 한국 지형에 맞게 개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초 미국 의회가 제시한 1조3000억원에서 8800억원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대신 미군의 마이너 그레이드(기능 삭제)형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군이 사용하는 센서가 모두 장착되지 않은 ‘버전’이라는 것이다.

<박성진 경향신문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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