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이상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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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음식점. 전날 마지막회를 마친 MBC 월화 미니시리즈 <미스 리플리>(극본 김선영·연출 최이섭)의 종방연이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이어야 할 김승우, 이다해, 박유천, 강혜정 등 주연 배우는 참석하지 않았다. 종방연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간 동고동락했던 배우들과 스태프가 한 자리에 모여 마무리하는 자축 자리다. 한두명도 아니고 주연배우 전원이 불참하는 건 이례적이다. 드라마 제작사 측은 “배우들 각자 스케줄이 있어서 종방연에 참석치 못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본인 캐릭터가 드라마 들어갈 때와 나올 때에 달라졌는데 종방연에 나오고 싶겠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가가 본래의 캐릭터를 마구 바꾸면서 배우들의 불만을 낳았다는 주장이었다.

MBC <미스리플리> / MBC 출처

MBC <미스리플리> / MBC 출처

특히 김정태가 맡은 히라야마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히라야마는 여주인공 장미리(이다해)가 일본 술집에서 일할 당시에는 ‘악독한 포주’였다. 빚을 갚으라고 종용하다가 장미리의 몸을 훑으면서 추행했다. 폭발사고를 일으키고 도망간 장미리가 한국에서 학벌을 속이고 성공한 사실을 알고는 끈질지게 그녀를 쫓는다. 장미리가 일하는 호텔 사장(김승우)에게 그녀의 과거를 폭로하고 돈을 요구했다. 김정태가 ‘1박2일’ 명품조연 특집으로 ‘대세’ 예능인으로 떠오를 즈음 히라야마의 캐릭터도 바뀌었다.

장미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지금이라도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하고,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자며 밀항선도 준비했다. 히라야마의 이상한 사랑은 장미리가 의식불명 상태가 되면서 막을 내렸다. 입원실로 찾아간 히라야마는 피리를 꺼내 ‘섬집 아기’를 불면서 이별을 고한다. 장미리를 처음 만났을 때 미리가 연주했던 곡이다. 송유현(박유천)에게는 “당신 참 부럽다”며 “혹시 미리가 깨어난다면 내가 당신 때문에 손들고 간다고 전해달라”고 말하며 돌아선다. 시청자의 눈에는 멋진 사랑이 아니라 이상하기만한 사랑이다.

반면 장미리의 학력 위조를 가장 먼저 알게 된 친구 문희주(강혜정)는 날로 드라마에서 역할이 줄어들었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희주가 미리의 마음을 돌리게 할 줄 알았으나 그는 그저 방관하기만 한다. 송유현과의 삼각관계도 흐지부지 정리됐다. 13회에서 10초 남짓 짧은 시간 동안만 화면에 나왔다.

MBC 출처

MBC 출처

종반으로 갈수록 유학을 준비하거나, 문병을 가서 음식을 떠먹여주거나, 고아원을 방문한 미리를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등 의미 없는 장면에만 나왔다. 그럼에도 강혜정의 출연료는 A급 여자주인공과 같은 수준이다.

17일 종영한 SBS 주말극 <신기생뎐> 역시 끝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기생 출신의 며느리(임수향)를 괴롭히던 서슬 퍼런 시아버지(임혁)는 며느리가 임신하자 돌변해 김밥을 말아줬고, 마지막회에서는 친정아버지와 서로 데리고 살겠다면서 ‘묵찌빠’ 승부까지 벌였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고, 한국 드라마는 끝까지 봐야 하는 모양이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변심할지 모른다.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는 막장으로 갈수록 드라마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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