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농촌, 윈윈하는 치유농업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주영재 기자

주영재 기자

“처음 갔을 땐 눈도 못 맞추고, 말도 못 붙이고 저만 보면 달아났죠. 물어보면 마지못해 답했는데 지금은 제가 오면 뛰어와 자랑해요. 월급을 얼마 받아서 엄마에게 얼마를 드리고, 친구하고 중국음식점에 갔다고요. 돈의 가치를 배우고, 친구를 만나 회식하고, 취미생활이 생겼죠. 직장 생활을 하는 사회인의 모습이에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는 사회적 농장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이 2년 전과 천양지차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이곳에 있는 스마트팜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가공해 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얻자,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내가 돌본 토마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면서 생명을 틔울 수 있는 자기 안의 힘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믿고, 자랑할 수 있게 됩니다. 좁은 작업장에서 앉아 일하는 것보다 육체적으로도 훨씬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얻는 치유 효과는 저 역시 3년 넘게 텃밭 농사를 지으며 체감한 바 있습니다. 작은 당근 씨앗이 푸릇푸릇 자라 주홍색 뿌리를 내리고, 김장무가 굳은 땅에 여기저기 틈새를 내며 굵어질 때 참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잡초를 구분해 솎아주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고, 방울토마토의 겹순도 제대로 따지 못하는 초보입니다. 그렇지만 올해 역시 텃밭에 나서는 건 황토만 있던 밭에 싹이 나고, 어느새 쑥 자라 열매를 맺는 과정이 여전히 경이롭기 때문입니다.

농업은 이렇게 멋진 일이지만 여전히 홀대받습니다. 농산물이 ‘금값’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농업인이 손에 쥐는 소득은 작습니다. 일손은 늘 부족합니다. 사람이 떠난 농촌엔 산업단지와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푸르메소셜팜과 같은 사회적 농업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층이 농업을 통해 치유하고, 농업은 이들을 통해 지속할 힘을 얻는 모델입니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농업과 복지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농업의 시초라 할 네덜란드의 케어팜이 등장한 지 30년 정도 됩니다. 유럽과 일본에선 이미 돌봄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도 2021년 3월 치유농업법, 2024년 8월 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 시행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힘을 모아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