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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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우리 사회에는 ‘정치’가 없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고,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야만과 몰염치, 내로남불, 부자 감세, 주거와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넘쳐흐르지만 정치가 필요한 곳에 우리가 원하는 정치는 더더욱 없다. 제도정치로부터 흘러나오는 뉴스가 연예 리얼리티 프로그램 뒷담화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치’가 평범한 사람들의 것으로 여겨지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이 지치고 냉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어떤 사람들은 정치뉴스를 열정적으로 소비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파에 대해 너그럽고, 자신이 지지하는 전선 앞에 일치단결한다. 각 당은 이 정치 팬덤층 여론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파렴치와 포퓰리즘 사이를 널뛰기한다. 가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타당에 들이대던 엄밀한 칼날을 자신이나 대통령에게는 겨누지 않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저버리려 한다. 그 뒤를 당파적 정치 유튜버들과 팬덤층이 뒷받침한다.

국민의힘엔 ‘국민’이 없고, 민주당엔 ‘민주’가 없고, 우리 사회엔 ‘정치’가 없다. 기득권 정치는 약육강식과 내로남불, 혐오와 냉소의 언어가 지배하게 됐다. 이로 인해 ‘사회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변명거리는 많다. 저 당이 저러니까 우리도 한다, 쟤네도 어겼는데 왜 우리만 욕하냐는 것이다. 거대 양당이나 각종 제3지대 그룹들의 핑계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별수 있겠나? 함께 변명으로 얼룩진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어느덧 기득권 정치는 약육강식과 내로남불, 혐오와 냉소의 언어가 지배하게 됐다. 그러니 제도정치가 우리 삶을 바꾸리라 대체 누가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우리의 대안을 조직하자!’가 열렸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의 제안과 기획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최근 사회운동 영역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대규모 토론 행사였다. 참가 접수 기간 동안 520여명이 모였다. 행사 중 세션별 참가인원까지 합하면 연인원 2000여명이 모였다. 이런 열의 때문에 주최 측은 부득이 행사 일주일 전에 접수를 마감해야 했다.

사실 ‘체제전환’이라는 슬로건은 몇 년 전부터 시민사회에서 적지 않게 제시된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기후위기에 국한에 그것을 논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체제전환’을 이야기하는데 그쳤다. 이번 체제전환운동포럼은 사회운동 스스로가 재구성돼야 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이 마주한 과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문제의식으로 기획됐다. 그 모순들은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과 노동을 지배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수백만 가지의 억압과 착취, 경쟁의 굴레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를 절망하고 체념케 하는 벽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티며 경쟁의 승자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아예 비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그러나 구조적 모순 속에 놓여 있기에 개별적인 분투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언론매체에는 희귀한 성공 신화를 이룬 인물들이 “열심히 하라”고 떠들지만, 이 체제가 여전히 억압적인 이상 결국 살아남는 것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뿐이다.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 표출된, 다양한 영역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사회운동의 재구성’ 의지를 바탕으로 오는 3월 23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가 열린다. 정치대회라니?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득권 정치로의 합류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말한다. 변화의 힘은 소수 정치인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자신의 모순에 맞서 정치적 도전을 일군 사회운동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가진 자들만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시민사회를 체제전환운동으로 재구성해 우리 삶을 바꿀 더 강력한 힘을 만들어가자.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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