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결정적인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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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재 기자

주영재 기자

웹툰을 즐겨보는데,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의 주제가 비슷한 게 많습니다. 현실에서 별볼 일 없던 주인공이 게임 속 세상에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거나, 죽은 줄 알았는데 재벌집 아들의 몸에 들어가는 식의 설정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인기 작품을 모방한 작품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면 K콘텐츠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작품이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학습해서 모방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정적 차이는 있습니다. 인간은 모방에서 시작해도 결국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의 능력 앞에 창작의 욕구를 잃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이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만든 그림은 유일무이한 작품입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강고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에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자리의 관점에서 보면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인공지능이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의 노동시간을 줄여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지만 대체 가능성이 큰 직종에 있는 사람 입장에선 위기감이 큽니다.

기업은 사람보다 로봇 혹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이유를 듭니다. 일자리 우려 때문에 로봇이나 인공지능 개발을 막을 경우 우리만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경제 논리에만 따른다면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우린 오래전부터 ‘시장의 실패’라고 부르며 교정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따른 실업을 시장의 실패라고 본다면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간을 고용하지 않고 로봇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로봇세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인간 고용을 대체하려는 기업에는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건 어떨까요. 미국의 경제학자 대런 에스모글루는 이와 같은 조세정책이 인공지능을 인간 보완적인 기술로 만드는 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최저 법인세에 대한 합의를 이뤘듯, 모든 국가가 이와 같은 세제를 도입한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한편에선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그에 맞춰 교육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상반되는 흐름을 조율하는 어려운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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