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살아나면 지역소멸 해소에 도움이 될까. 이 물음에 많은 금융전문가는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은행의 존재 이유가 ‘지역자금을 해당지역에 재투자하고 분배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역할’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방은행이 살아나야 신용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지역 중소·영세기업에도 자금이 충분하게 공급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기업과 경제가 활기를 띨 것이고, 지역소멸 해소와 국가균형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서울·지방 할 것 없이 자금의 공급과 수요는 대형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으로 몰린다. 대출 한도, 금리, 디지털 수준 등에서 이들과 경쟁이 안 된다. 지역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는데,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지방은행을 외면한다. 지자체 금고는 농협은행과 같은 시중은행들이 꿰찬 지 오래다. 금고를 차지하려면 많게는 수백억원의 기여금을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거부하면서까지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이 때문이다. “(지방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의 ‘금융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인터넷은행과의 공동 대출 등 협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당국의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이 이들에게 와닿을 리 없다.
정부 차원의 지방은행 지원정책으로는 지난해 7월에 50%로 일원화된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비율은 중소기업에 은행이 의무적으로 대출하도록 규정한 것인데, 지방은행은 1997년부터 60%(시중은행 45%)의 비율을 적용받아왔다. 특정지역 내에서만 이 비율을 맞추려면 지방은행은 리스크를 안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도 대출을 늘려야 한다. 그간 역차별 문제가 거론돼온 게 무리가 아니다.
비등해진 은행들의 돈잔치 비판 여론도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지방은행들은 경영위기를 넘어 이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결국 당국이 나서야 한다.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의 형평성 시비를 최소화하면서 지방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