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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평화가 떠난 빈자리

북한이 지난 1월 5일부터 사흘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포사격을 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과 군사훈련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군 포탄이 날아든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었다. 포사격이 처음 시작된 5일, 우리 군은 북한이 발사한 200여 발의 두 배가량인 400여 발을 대응 발사했다.

연평도에는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백령도와 대청도 주민들도 대피소로 이동했다. 여객선의 운항은 모두 통제됐다.

“연평도 포격 이후 10년 만에 겨우 심장 졸이지 않고 살게 됐는데, 옛날로 돌아가버렸다”고 말하며 대피하던 연평도 주민의 손엔 집문서와 통장, 생필품이 들려 있었다. 연평도에 사는 박태원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대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속적으로 도발 형식의 포격전이 벌어질 텐데 정부에 대비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포격 사흘째인 지난 7일 인천과 연평도,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들의 운항이 중지된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은 스산했다. 대합실엔 정적만 흘렀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일 북한의 포격 소식을 들은 서해5도 주민들은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섬 밖으로 대피할 방편도 마땅치 않다”며 정부에 주민 안전 확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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