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의 계절 뜨거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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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수험의 계절 뜨거운 겨울

지난 1월 14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아트앤디자인학과(정시 가군) 실기고사가 진행됐다.

20명을 뽑는 일반 전형에 389명이 지원했고, 농·어촌 전형 등의 수험생까지 합해 모두 410명이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작품을 완성해갔다.

수험생들은 입고 온 패딩을 의자에 걸쳐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실기고사에 임했다. 한겨울임에도 짧은 티셔츠를 입고 온 수험생이 꽤 많았다. 나머지도 긴 소매 옷을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 고사장 온도는 18도에 맞춰져 있었지만, 시간에 쫓기며 작품을 완성하는 수험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학교 마크가 그려진 점퍼를 입은 삼육대학교 입학 관계자는 “수시 시험 때는 지원자가 더 많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시험을 보기도 한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경쟁률이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체육관이 꽉 찼다”고 했다. 수능 이후 실기고사를 포함한 본격적인 전형이 시작됐다. 예체능학과 수험생들에게 남은 겨울은 계속해서 뜨거울 수밖에 없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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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