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바다의 왕자’ 뻔하지만 당당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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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비해 확실히 무대는 커졌고, 유머나 전율을 자아내는 요소들을 추가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버디무비의 큰 틀 안에서 기시감과 익숙함이 차고 넘친다. 지루할 틈은 없지만, 특별한 색깔이나 개성은 찾기 힘들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Aquaman and the Lost Kingdom)

제작연도: 2023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124분

장르: 액션, 모험, 판타지

감독: 제임스 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 패트릭 윌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앰버 허드, 랜달 파크

개봉: 2023년 12월 2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최근 들어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침체한 극장 분위기와 맞물려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원인은 여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열풍의 시작으로 지목되는 <아이언맨>(2008) 이후 10여 년 이상 유지됐던 인기가 사그라들 때가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관객들이 질렸다는 것이다.

인기에 편승한 과도한 투자와 세계관 확장도 몰락의 한 부분으로 지목받는다. 명분과 외모만 다를 뿐 계속해서 반복 생산되는 유사 작품들로 초기의 신선함과 재미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외형적으로만 몸집을 키운 작품들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결국 마진율이 현저히 약화한 셈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플래시>, <더 마블스> 등 최근 개봉한 일련의 작품들 흥행 기록은 과거에 비교하면 가히 처참하다는 표현을 피할 수 없다. 나름의 북미지역에서는 인지도 있고 제작비도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한 <블루 비틀>은 아예 한국에서는 극장에 걸리지도 않은 채 OTT로 직행했다.

이러한 형국이다 보니 이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개봉을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각이 희망적일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외부적 환경을 차치하고도 작품 자체를 둘러싸고 일어난 여러 잡음과 구설수로 인해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악재에 악재가 거듭된 블록버스터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극 중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메라 역의 배우 앰버 허드와 연인이었던 조니 뎁 사이의 법적 분쟁이다. 한국에서야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게 당연하지만, 본국에서는 세기의 막장 스캔들로 악명이 자자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여주인공을 교체한다는 둥, 촬영분의 상당 부분을 들어냈다는 둥 여러 소문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제 영화상에는 나름의 예상보다는 비중 있는 분량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초 제작 발표된 이 작품은 원래 2022년 12월 개봉 예정이었다. 이후 두 번의 연기를 거치며 올 12월로 확정됐는데, 이런 과정에다 수차례 진행된 테스트 시사에서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는 소문이 더해지며 작품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어쨌든 결국 뚜껑은 열렸고,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이틀 빠른 지난 12월 20일 개봉으로 전 세계 최초 개봉이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개봉 상황 역시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모처럼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의 봄>의 위세가 아직 건재할 뿐더러,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같은 날 개봉하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이 공개된 것이 2018년 겨울이었으니 딱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전작을 연출했던 제임스 완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출연진도 대부분 그대로 돌아왔다.

■속편의 법칙에 충실한 전형적 오락영화

전편에서 이부형제 옴 마리우스(패트릭 윌슨 분)의 야욕을 물리치고 아틀란티스의 왕이 된 아쿠아맨,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 분)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광기에 사로잡힌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폭주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배돼 있던 옴과 힘을 합쳐야 할 처지에 놓인다.

전편을 무난히 즐긴 관객이라면 이번 속편 역시 큰 불만이 없을 수도 있겠다. 전편에 비해 확실히 무대는 방대해졌고, 유머나 전율을 자아내는 자잘한 요소들을 추가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븐 신 박사 역으로 출연하는 한국계 배우 랜달 파크의 비중이 늘어난 부분이 반갑고 즐거웠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발견된다.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다룬 버디무비의 큰 틀 안에서 수많은 기시감과 익숙함이 차고 넘친다. 빠른 전개와 현란한 상황들로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지만, 이 작품의 색깔이라고 할 만한 특별한 색깔이나 개성은 잡아내기 힘들다.

이나마라도 정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출 감각을 선보인 제임스 완 감독이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위안거리를 찾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리오 바바 감독의 ‘흡혈귀 행성’

/film-gr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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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 감독은 1960~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흥했던 범죄물과 공포영화를 지칭하는 일명 ‘지알로(Giallo)’ 장르의 대가로 명명된다. 하지만 애정극부터 역사물, 판타지까지 장르를 구애받지 않는 초월적 재능을 발휘한 인물이다.

무성영화 시절 특수효과 담당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1930년대 촬영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1960년 <사탄의 가면>을 통해 본격적인 감독의 길을 걷는다.

그의 연출은 표면상 보통의 상업영화에 부합하는 작업임에도 허를 찌르는 독특한 발상과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이탈리아 상업영화 발전의 중요한 과업으로 인정받는다.

그중에서도 1965년 발표한 SF 공포영화 <흡혈귀 행성>(Terrore nello spazio)은 후대 SF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유명하다.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1982)이나 토브 후퍼의 <뱀파이어>(Lifeforce·1985), 데이비드 토히의 <에이리언 2020>(Pitch Black·2000),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2001) 등이 직접적으로 그 영향력 아래 있다고 지목되는 영화들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1979). 정작 감독과 각본가 댄 오베넌은 <흡혈귀 행성>은 본 적조차 없다고 항변했지만, 형식과 설정, 비주얼 면에서 많은 부분이 닮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감독 제임스 완도 작품을 준비하며 <흡혈귀 행성>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악당 ‘블랙 만타’가 복수를 위해 탈취하는 잠수선의 내부와 부하들의 복장은 노골적으로 <흡혈귀 행성>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왔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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