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024년 정부 예산안,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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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를 전년 대비 2.8%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그리고 총수입 규모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612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가채무는 올해 50.4%에서 내년 51.0%로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8%의 총지출 증가율은 명목성장률 4.2%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며,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총지출 증가율이 전년도 예산 대비 총수입 증가율보다는 높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추계한 국세수입액을 감안한 2023년 총수입추계액 대비 총수입 증가율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다. 부인할 수 없는 뚜렷한 긴축재정의 성격을 가진다.

2023년 정부의 세수입 여건도 좋지 않지만 2024년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국세가 361조4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해 정부 전망 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 더 적게 걷힐 것으로 보았다. 6조원의 차이는 법인세에서 1조9000억원, 양도소득세에서 1조3000억원, 그리고 상속증여세에서 6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이 세수예측치의 차이는 경제전망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경제전망이 예산정책처의 경제전망에 비해 소폭 낙관적인 것이 주된 원인이다. 예산정책처는 그 외에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5년간의 국세수입도 정부 전망치보다 총 30조7000억원 적게 들어올 것으로 보았다.

긴축 예산으로 위기 극복 가능할까

2024년을 맞이하는 한국사회는 여러 층위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극복해야 할 가장 커다란 위기는 불평등의 위기, 그리고 기후위기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경제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미국이 제조업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우방의 기업투자를 끌어당기고,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주요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가면서 우리의 수출주도형 경제모형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미래의 성장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이 달렸다. 위기는 장애이며 도전이다. 정부가 제출한 뚜렷한 긴축적 성격의 예산안으로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선진국은 2024년에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침체 대응은 한계가 있다. 바람직한 거시경제정책의 조합은 인플레이션 억제,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되 재정정책은 확장적으로 운영해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낮은 실질성장과 노동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확장재정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축적인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실용적이지 못하다. 선거과정에서 언급했던 전임 정부에 대한 차별화 차원의 정책적 입장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당분간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

경제운영의 시계를 단기적인 경기대응에 가둬서는 안 된다. 현시점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기후위기 대응이 글로벌하게 빠르게 진척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경쟁이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시점이다. 여기에서 뒤처지는 경우 향후 탄소부담금으로 인해 수출에도 장애가 생길 뿐 아니라 에너지와 연계된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러한 경제의 전환과정에서는 국가가 해야 하고, 국가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 역할이 있고, 이는 큰 규모의 재정지출을 수반한다. 장기적인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투자의 시기에는 단기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조합 차원의 고려를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올해 세수입 여건이 좋지 않은 주된 이유는 경기침체에 있지만, 지난해 이뤄진 감세의 영향도 적지 않다. 2022년에 이루어진 세법개정의 내용은 2023년에는 부분적으로 효력을 발휘하지만 2024년엔 완전한 효력을 발휘한다. 세법개정으로 인한 감세효과로 세수입이 부족해지고 부족한 세입예산은 긴축재정의 기조와 함께 재정지출의 규모를 옥죄어 결국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위해 필요한 곳에 재정의 역할이 발휘되지 못하게 한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2023년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이 줄면서, 2분기 정부의 기여도가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정부가 본연의 역할에서 정반대 일을 한 것이다.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효과가 2024년 본격화되고, 경기전망도 좋지 않아 세수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넘어설 세입확충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속하게 감세를 철회하고, 나아가 자산과 소득에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증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리 인상과 에너지가격 상승 국면에서 특별한 기여없이 이익이 크게 증가한 금융기관들과 정유회사들에 횡재세를 부과해 정부 세수입을 늘리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지출을 증가시켜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2024년 예산안의 분야별 예산배분액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이 242조9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7%를 차지했고,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2023년 예산의 증가율이 4.1%였던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증가세가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직전의 문재인 정부 동안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10.8%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R&D 예산과 지방재정의 중요성

2024년 예산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분야는 연구개발(R&D) 예산이다. R&D 예산은 경제와 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R&D 지출이 이뤄지고 있고, 재정지출뿐 아니라 세입예산에서 기업의 R&D 투자에 대해 높은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R&D 분야의 예산지출 효과성에 대해 재고할 필요는 존재하며 그 결과로서의 R&D 예산의 감축이 절대적인 터부일 수는 없다. 다만 과정의 문제로서 지적될 내용은 R&D 예산은 여러 해 지속되는 계속사업들을 가지는 분야다. 갑작스러운 예산의 감축은 개별 계속사업들의 지속을 어렵게 하고 중단하게 만들어 커다란 재정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동시에 차세대 R&D 인력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산감축이 필요하더라도 예고된 내용의 점진적인 감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방교육단체들은 예산의 큰 부분을 중앙정부 교부금으로 받는다. 중앙정부의 실제 세수입이 세입예산보다 많은 경우 지자체는 중앙정부 결산 이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생긴다. 2023년과 같이 중앙정부에서 세입결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교부금이 줄어 지방정부는 당초에 편성한 예산을 집행할 재원이 부족하게 된다. 재정안정자금의 여유가 없는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예산안을 회계연도 중간에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 지방채 발행은 금융비용을 수반하며 예산안 변경도 회계연도가 거의 다 지난 현시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지방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중앙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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