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성장 목표 낮췄지만 여전한 베트남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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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산자야 판스 IMF 아시안·태평양 부국장을 만나고 있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오른쪽) / 베트남의 소리 VOV

지난 6월 9일 산자야 판스 IMF 아시안·태평양 부국장을 만나고 있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오른쪽) / 베트남의 소리 VOV

베트남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를 6.5%에서 5.0%로 대폭 낮췄다. 지난 10월 23일 팜 민 찐 총리는 국회 보고에서 “올해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수출 감소 등의 어려움으로 당초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넘어 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경제는 3분기 누적 기준 4.24% 성장으로 애초 목표치에서 한참 부족하다. 중국을 대체하는, 떠오르는 경제 성장 국가 베트남이 이제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유럽 수출 감소 등 악재 있지만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S&P의 10월 5일 글로벌 시장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수출비중의 42%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둔화로 2023년 9월 누적 기준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베트남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이자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거 채용하던 의류·섬유는 15%, 신발은 수출 금액이 17.6%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베트남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오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은 8월 누적 기준 17.7% 감소해 베트남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베트남 내수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판매량은 -21%, 철강 생산량은 -20.9%로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5~6월 폭염으로 수력발전량이 감소하면서 베트남 전기·전자 산업이 몰려 있는 북부 지역에 정전이 발생해 생산량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2022년 8.02%라는 기록적인 성장에 비해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해 보이지만 이는 세계경제 전반의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베트남 경제 근간은 여전히 탄탄하다. 8월 누적 기준 베트남 산업 생산은 -0.8% 역성장했지만 9월에는 5.1% 성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수출이 부진하긴 했지만, 서비스 부문은 3분기 누적 6.3% 성장했다. 특히 890만명의 관광객 방문으로 베트남 경제에 숨통을 틔워줬다. 아직 관광객 방문 수는 코로나19 이전의 70% 수준에 불과하지만,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친 덕분에 중국 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수출은 2% 성장을 했다. 또한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미국의 묵인하에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수출하며 부족한 수출액을 메꾸고 있다.

한편에서는 베트남 경제가 3~4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인 AMRO(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4.4%로 전망했던 2023년 베트남 예상 경제성장률을 10월 보고서에서는 4.7%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 베트남 경제는 1분기 3.32%, 2분기 4.14%였던 것이 3분기에는 5.33% 성장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에 많이 못 미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 5.8%를 10월에 4.7%로 하향 조정했다. 샤나카 페리스 IMF 아시아·태평양 부장은 그러나 2023년 4분기 베트남은 회복될 조짐이 많다며 2024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5.8%, 2025년에는 6.9%로 전망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이 4분기에 6%대 성장하면서 올해 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20년 넘게 투자를 해온 채권 전문가 김환균 아샘증권(베트남) 대표 역시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4.95~5.0%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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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곳곳에 긍정적인 신호

베트남 내수 산업 곳곳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들려온다. 지난 9월 베트남 자동차 판매량이 2만5375대로 전월 대비 12.6% 증가하면서 올해 3월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국내 금융 업체에 따르면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 상환율이 3월을 바닥으로 급격하게 회복 중이라 한다.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인 개인 신용 대출 상황도 호전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도 엄동설한 속에서 온기를 느끼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 베트남 언론 VNExpress는 지난 10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대부분의 영업 인력을 구조조정했던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수십~수백명의 영업 인력 채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지역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 원하우징(One Housing)은 영업 인력 1000명 모집에 나섰고, 내년에 최대 1만명까지 모집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도 경제 끌어 올리기에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7월 베트남 국회를 통과해 올해 연말까지 시행 예정이었던 부가세 2% 인하 안은 내년 6월까지로 연장 추진 중이다. 올해 6개월간 부가세 2%가 인하되면서 세수 25조베트남동(약 1조3750억원)이 줄어들지만, 소비와 산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줄어든 것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리라 베트남 정부는 보고 있다. 베트남 투자개발은행 BIDV는 개인 소비 1%가 증가하면 GDP 0.2%가 증가할 수 있다며 베트남 정부의 부가세 인하에 적극 호응했다.

올해 예상치보다 부족한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베트남이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 S&P 글로벌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 시장”이라며 베트남 전망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1)중국 연안 지방에 비해 낮은 임금 비용 2)동남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교육 수준의 노동력 확보 3)해외 직접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 4)미·중 무역 갈등의 수혜 5)신흥국 중 가장 많은 무역 협정 체결 등을 꼽았다. 이와 아울러 필자는 지난 9월에 미국과 2단계나 격상시킨 외교관계 역시 내년 성장의 큰 동력이 되리라고 본다. 베트남 반도체, 재생에너지, 전기 오토바이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바이든이 약속한 데 이어 미국에 기반을 둔 52개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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