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경제위기를 키우는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가계와 기업이 힘들면 정부가 지출을 늘려 숨통을 틔워줘야 하는데, 곳간을 닫아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안광호 기자

안광호 기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0월 18일 내놓은 ‘정부지출 감소가 경제위기의 진앙지’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경제의 핵심 주체인 가계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건전재정’이라는 명분 아래 되레 지출을 줄이며 경제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그나마 0.6% 성장했지만, 정부지출 기여도는 마이너스(-)0.5%포인트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 부족 사태와 관련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연일 강조한다. 증세를 통한 안정적인 세수확보나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세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예산 불용(미집행)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강제 (예산)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일선 현장에서 순탄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정 여력이 떨어지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취약계층 대상 복지지출이 우선 삭감될 여지가 크다. 조세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검증된 적 없는 ‘낙수효과’를 믿고 세 부담을 줄이면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리란 기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자린고비 재정’으로 일관하는 동안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부담은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 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빚은 올해 1분기 224.5%에서 2분기 225.7%로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특히 가파르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10월 19일 기준)에서만 9월 말 대비 약 3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계속된 고금리 상황에서 민간의 빚이 늘면 소비와 투자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째 감소세다. 이러니 소비, 투자, 수출 등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의 발생 책임이 지출을 줄인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