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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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아름답지 않다

<무법의 바다>
이언 어비나 지음·박희원 옮김·아고라·3만2000원

[신간]무법의 바다 外

아름다운 해변과 파도, 드넓은 해양, 미지의 세계…. ‘바다’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제각각 다르다. 특히 관점을 ‘바다 위 인간’으로 옮겨보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겐 낭만과 추억의 공간이 다른 이에겐 떠올리기도 싫은 공포와 참사의 현장으로 변한다.

책은 15편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야말로 시시각각 범죄와 악행이 이뤄지는 거대한 공간임을 고발한다. 인신매매업자와 밀수업자, 해적과 용병, 쇠고랑을 찬 노예와 파도에 내던져진 밀항자, 도둑질과 오염물질 투기, 밀렵꾼과 이를 쫓는 환경보호 활동가 등 말 그대로 ‘무법지대’로서의 바다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10여 년 전 원양어선에 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와 착취 등으로 큰 물의를 빚은 국내 모 기업의 사례도 담겨 있다. 다국적 저인망 어선단의 어업과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팔라우, 호화 크루즈선의 불법 폐기물 해양 투기 등 환경오염 문제도 다룬다. 바다로 끌려와 고문당하는 죄수, 버려진 배와 함께 남겨진 선원, 인신매매와 채무를 이유로 노예처럼 배에 잡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임신중절이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배에 태우고 공해로 나가 중절수술을 하는 한 의사의 이야기에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한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는 우리가 보지 못했고, 보려 하지 않는 바다의 ‘디스토피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범죄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이면에는 노동과 환경, 정치와 외교, 주권과 재생산권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저자는 “물고기가 아닌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른 문제가 보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의경 외 지음·문학동네·1만7000원

[신간]무법의 바다 外

한국사회 노동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월급사실주의’ 동인에서 낸 첫 단편 모음집이다. 비정규직과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가사 등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사실적인 취재와 증언이 담겼다.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
냐나뽀니까 장로, 헬무스 헥커 지음·비구 보디 엮음 김충현 옮김·운주사·4만원

[신간]무법의 바다 外

부처님 당시 제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수행했으며, 어떻게 깨달음을 성취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시하고 있는 해탈과 깨달음이라는 목표가 보통 사람은 이룰 수 없는 환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경성 맛집 산책
박현수 지음·한겨레출판·2만2000원

[신간]무법의 바다 外

지금까지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경성의 ‘맛집’에 대한 책이다. 식민지 시대 외식 풍경을 풍부한 자료와 일러스트 등을 통해 복원한다. 프랑스 코스 요리를 처음 선보인 ‘조선호텔 식당’, 작가 이상의 단골카페였던 ‘낙랑파라’ 등을 소개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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