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경기도 안성 석남사 - 산사에서 맞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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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53)경기도 안성 석남사 - 산사에서 맞이한 아침

새벽 공기는 제법 서늘해졌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샛별이 보이는 시간부터 차를 몰아 찾아간 목적지는 경기도 안성 석남사다. 680년(신라 문무왕 20)에 창건했다고 전하는 천년고찰이다. 한때는 이곳에 수백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도 전한다. 지금은 절이 그리 크지도 않고 머무는 이도 많지 않은 고요한 산사로 남았다. 안성과 충북 진천의 경계에 선 해발 540m 높이의 서운산 자락, 그곳에 석남사가 앉았다.

석남사를 유명하게 만든 건 계곡이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곁으로 물길이 흐른다. 그 계곡의 시작점이 석남사의 자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거대한 마애여래입상이 왼쪽에 숨어 있다. 산사답게 가파른 산의 비탈을 따라서 가람이 배치돼 있다. 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다란 계단. 그 끝에 대웅전이 있고, 열린 문 안쪽으로 부처님이 보인다. 대웅전 앞에 서니 어느새 날이 하얗게 밝았다. 아침 햇살이 산과 산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따스한 그 빛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째깍째깍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에 떠밀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지쳐 있었던 걸까. 인적 드문 산사에 오른 아침.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위로를 건넨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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