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전남 장흥 풀로만목장 - 목장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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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52)전남 장흥 풀로만목장 - 목장의 여름나기

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탄 목장이 있다. 전라남도의 끝 장흥에 있는 이 목장은 1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더니,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 돼버렸다. 여름의 한복판, 이 목장도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짐승이라고 하지만 소 역시 행복해야 한다. 이 목장을 운영하는 조영현 대표의 지론이다.

쏟아지는 햇살을 자동으로 가려줄 가림막을 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치지 않도록 연신 몸을 움직여 여물을 먹인다. 이 목장의 핵심은 여물이다. 알팔파와 라이그래스라는 국내에서는 잘 나지 않지만, 소에는 가장 좋은 사료를 컨테이너 규모로 수입해 먹인다. 그 덕일까. 여느 목장과는 다르게 코를 쥐게 하는 분뇨 냄새가 거의 없다. 한눈에 봐도 모든 소의 등판에 윤기가 흐른다. 신기할 만큼 건강하다.

그럼에도 올해 여름을 나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물가는 뛰고, 환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목장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버겁다. 행복하고 건강한 소를 키우는 일이 곧 우리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신념이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어렵지만, 이 더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선선한 가을이 곧 다가올 것처럼 힘겨운 나날도 지나가리라. 늘 그랬듯이.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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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