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새만금 잼버리’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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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호 기자

안광호 기자

‘악몽’과도 같았던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종료일인 지난 8월 12일, 국내 스카우트 대장 A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어린 대원들을 무사히 집까지 바래다주고 몇몇 스카우트 대장과 저녁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참이라고 했다. 8년 전 일본과 4년 전 미국, 두 번의 잼버리대회를 경험한 그는 전화 통화 내내 “(대회 조직위와 정부의 대응이) 한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1년 전부터 대책 마련을 호언장담하고, 대통령이 총력지원을 지시했음에도 끝내 파행으로 얼룩진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폭염이나 태풍을 파행의 원인으로 돌릴 수는 없다. 대회 파행은 ‘기본’이 망가진 데서 비롯됐다. 화장실과 샤워장의 위생, 시원한 물과 그늘만 제대로 갖췄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성공적인 대회’를 장담하고 ‘수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운운한 데서 A대장은 더욱 한심함을 느꼈다. A대장의 말이다. “외국 대원들은 비교적 스카우트 경험이 많은 편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 올 때 어느 정도 고생하겠다는 예상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직위에 불만을 제기하고 조기에 퇴영, 철수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갯벌 매립지를 굳이 야영지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6년간 준비 과정에서 허투루 쓰인 예산은 없을까. 따질 문제이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건 윤석열 정부의 허술한 대처다. 조직위의 준비와 대응은 미숙했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조기 철수 이후에도 유령 인원, 구급차 짐차,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낸 K팝 콘서트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A대장은 “공동조직위원장 체제는 위기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책임 공방만 불러왔다. 현장을 잘 아는 민간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자 역할에 따라 제때 적절하게 지원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국제대회 유치는 계속될 것이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만금 잼버리를 입에 올릴 것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2의 새만금 잼버리’가 나와선 안 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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