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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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허탈할 때가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주가 등락에 대한 합리적 설명보다 결과론적 원인분석을 쏟아낼 때입니다. 예를 들어 빼어난 분기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주가가 이유도 없이 하락하는데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반등하면 이번에는 ‘업황 개선 기대 반영’이라고 합니다. 어떤 전망을 내놓아도 이들이 틀리거나 책임질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가는 오르고 내리게 마련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디언 기우제 같습니다.

김찬호 기자

김찬호 기자

한국주식시장에 투자 열풍을 만든 2차전지 관련 기업들에 대한 분석도 유사합니다. 지난 6~7월, 끝없이 우상향하는 한 기업의 주가를 두고 ‘과열’, ‘쏠림현상’이라고 했던 전문가들은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에 등극하자 더 이상 발언도 분석보고서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7월 26일 해당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다시 “쏠림현상은 끝났다”,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당장 폭락할 것 같았지만, 그로부터 10거래일이 넘도록 해당 기업은 여전히 황제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지난 26일의 하락 원인을 찾아 보고서를 내야 마땅할 듯합니다만,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분석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한국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주체는 여전히 기관, 외국인 등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는 바로 그 기관 말입니다.

주식시장의 ‘작전’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만 지칭하지 않습니다. 내려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 위험을 헷징하기 위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유발해 돈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누군가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일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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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