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경남 남해군 - 여름을 맞는 멍게와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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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1)경남 남해군 - 여름을 맞는 멍게와 불가사리

사람들은 멍게의 제철을 봄이라 생각한다. 이는 남해안에 있는 멍게 양식장에서 봄에 멍게를 출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멍게 제철은 수온이 올라가 맛이 드는 여름이다. 양식장에서 키우는 멍게는 수온이 올라가면 세균 등에 의해 집단 폐사할 수 있어 여름이 오기 전 출하를 마친다.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요즘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제철을 기다리는 고운 빛깔의 멍게들을 만날 수 있다. 맑은 물속으로 투영되는 맑은 햇살을 받은 모양새가 봉오리 진 여름꽃, 장미를 닮았다.

여름을 다르게 맞이하는 종들도 있다. ‘아무르불가사리’다. 이들의 고향은 시베리아에서 발원한 ‘아무르(흑룡)강’이 유입되는 오호츠크해다. 선박의 이동에 따른 평형수에 실려 전 세계로 흩어져 번식하는 아무르불가사리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에 수온이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 겨울잠을 자는 곰이 늦가을 영양분을 비축하듯 아무르불가사리도 여름이 오기 전 닥치는 대로 먹이활동을 한다. 슬금슬금 기어오는 아무르불가사리의 등장에 긴장한 멍게가 입수공과 출수공을 굳게 닫아 보지만 불가사리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

불가사리는 다섯 개의 팔로 멍게를 움켜쥐고는 입수공을 틀어막는다. 숨이 막힌 멍게가 입수공을 조금이라도 열면 위장으로 밀어 넣어 멍게를 포식한다. 멍게는 입수공으로 바닷물을 들이켜 숨을 쉬며, 불가사리는 위장을 몸 밖으로 빼낸 채 위액을 뿜어내 음식물을 바로 소화시킬 수 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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