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캄보디아 ‘친중’ 깃발에 베트남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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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 / 크메르 타임즈

캄보디아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 / 크메르 타임즈

지난 5월 17일 폐막한 제32회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개최국 캄보디아는 금메달 81개로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31회 대회에서는 금메달 9개, 30회 대회에서는 4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이다. 이러한 성적 상승 비법에는 개최국 프리미엄에 중국의 특별 과외가 있었다. 중국은 12개 종목의 캄보디아 선수단 160명을 자국으로 초청해 7개월간 중국 코치진의 집중 합숙 특훈을 받게 했다. 중국으로 오가는 모든 교통비, 머무는 동안의 숙박비, 식비까지 중국 정부가 전액 지원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이번 대회 주경기장이었던 6만석 규모의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도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를 들여 무상으로 지어주었다. 중국과 캄보디아의 농도 짙은 밀월 관계는 스포츠 교류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도시가 된 시아누크빌

캄보디아와 중국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공항, 항구, 발전소, 고속도로, 정유공장 등 모두 65개의 주요 국가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대부분은 캄보디아 서남부의 시아누크빌에 집중됐다. 특히 2022년 중국도로교량공사가 20억달러(약 2조6400억원)를 들여 건설한 수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연결하는 187㎞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시아누크빌로 유입되고 있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자본이 투입된 카지노, 호텔, 식당, 유흥업소 등이 난립하며 아세안의 마카오라고 불리는 시아누크빌의 경제가 중국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15만명의 시아누크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약 17만명이고, 시아누크빌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만 약 10만명이다. 부동산 가격이 3배에서 10배까지 치솟은 시아누크빌 상황에 캄보디아 현지 기업들은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옮겨갔다.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안의 중국 영토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게다가 중국 폭력조직들에 의한 총기 사고, 인신매매, 매춘, 각종 폭력 사건이 만연해 캄보디아 전국적으로 반중 감정이 출렁이고 있다.

2019년 7월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캄보디아와 중국이 비밀 협약을 체결해 시아누크빌에 있는 림(Ream) 해군기지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중국 양국은 이 부분을 부인했지만 2022년 6월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림 기지 북쪽에 중국군 전용기지 건설 착공식을 연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외교 당국자가 “림 기지 시설 일부를 중국이 사용할 것”이라고 확인해준 것을 후속 보도까지 해 국제적 파장이 더욱 커졌다.

캄보디아 림 해군기지는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와 인접해 있고, 아세안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으로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다. 변변한 군함 하나 없는 캄보디아 해군이었기에 그동안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기지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 지역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캄보디아 언론 ‘크메르 타임스’는 중국의 해군기지 시설 확충은 무상 원조로 이뤄지고 있으며, 군함 개조와 군함 수리를 위한 토크 마련, 대형 군함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 건설과 군 병원을 짓고 있다고 지난해 6월 보도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시내 전경 / Max Pixel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시내 전경 / Max Pixel

해군기지마저 장악에 베트남 긴장

중국의 림 기지 장악에 가장 긴장하고 불편해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북쪽 국경과 동해(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중국이 캄보디아 림 기지를 사용하면서 옆구리마저 무방비 상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림 기지 주변에 설치한 레이더를 통해 불과 30㎞ 떨어진 베트남 제5지역 사령부의 동태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역의 항공 운항 상황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태국 최대 해군기지이자 미 해군이 자주 이용하는 태국 사타힙 해군기지까지 정찰할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좋은 위치를 점하게 됐다.

림 기지에서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중국 국영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는 톈진 유니온 개발그룹이 3억5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를 들여서 다라 사코(Dara Sakor) 국제공항을 건립 중이다. 올해 중반쯤 개항 예정인데, 인구 10만명도 안 되는 지역에 3400m나 되는 캄보디아 최장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 실질적으로 중국 공군기지 건설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79년 1월, 베트남은 200만명이 넘는 캄보디아 국민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주범 폴 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지금의 캄보디아 정권을 세웠다. 베트남으로선 38년 철권통치를 하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캄보디아가 중국과 가깝게 지내면서 베트남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진 배경이다.

2021년 6월 베트남 국방부는 캄보디아 접경지대인 끼엔장성에 해양순찰과 정보 수집을 하는 무장 민병대를 창설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9개 선박과 1개 소대로 이뤄진 민병대는 정규군은 아니지만, 베트남군이 각종 훈련과 장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무력 충돌까지 각오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규군이 캄보디아군 또는 중국군과 무력 충돌을 빚으면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지만, 민병대이므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둔 것이다.

중국은 오랜 시간 계획해 림 해군기지 배후도시 개발을 위해 시아누크빌 투자를 단행했다.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드나들면서 림 기지에 근무하는 중국 군인 규모 파악을 어렵게 하고, 중국인을 대거 이주시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림 기지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훈센이 오랜 우호관계였던 베트남과 척을 지면서까지 중국과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첫째 아들이자 캄보디아 군사령관인 훈 마넷을 정계에 입문시켜 정권을 세습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다룬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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