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제는 친환경이 경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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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캐나다 토론토에 있을 때, 도시의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주변 공원들을 찾곤 했다. 북미 도시의 특성상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넓은 초원과 들판 그리고 농부들이 심은 농작물이 끝없이 펼쳐진다. 토론토에서 북서쪽으로 약 한 시간 정도 차를 운전하면 200메가와트(㎿)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Amaranth Wind Farm)가 나온다. 광활한 평원 사이로 우뚝이 서 있는 133개의 하얀색 풍력발전기는 주변의 자연과 묘한 대비와 조화를 보여준다. 100m에 달하는 풍차 한 대의 높이와 80m에 달하는 날개가 마치 움직이는 거인을 닮았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잎의 군무에 맞춰 하얀색 거인들도 날개를 흔들며 같이 춤춘다.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 있는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 / 정봉석 제공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 있는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 / 정봉석 제공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섭씨 1.1도 올라간 상태다. 기후위기의 가능성이 치명적이라고 말하는 임곗값 1.5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재해의 규모와 빈도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온실기체를 내뿜는 활동을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끓이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뿜어내지 않고 전기를 만들 방법이 있다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수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생에너지다. 아마란스 풍력발전단지도 바람의 힘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다. 하얀색 거인이 많아질수록, 거인들이 날갯짓을 많이 할수록 화석연료에 의지해 생산하는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목표에 좀더 가까워진다.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청정에너지

청정에너지 연구그룹 블룸버그 NEF (New Energy Fina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의 두 가지 지표가 나타난 원년이었다. 첫 번째 지표로 친환경 청정에너지 투자가 처음으로 연간 1조달러를 넘어 1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거나 감소된 기술을 사용한 에너지를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원자력, 탄소포집, 수소 등이 있다. 이 수치는 2021년 대비 2500억달러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증가량이다.

청정에너지 투자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가 주를 이뤘다. 재생에너지는 2021년 대비 17% 증가한 4950억달러가 투자돼 전 세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가 350기가와트(GW) 이상 신규 설치됐다. 전기차는 특히 성장세가 높았다. 2021년 대비 54% 증가한 4660억달러로 전기차가 1000만대 이상 팔렸다. 세부적으로 전기 승용차에 3800억달러, 공공 충전 인프라에 240억달러, 전기 이륜 및 삼륜차 230억달러, 전기버스 150억달러, 트럭 80억달러 등이 투자됐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로 청정에너지 투자가 석유와 가스 같은 기존의 화석연료에 대한 사업 투자액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화석연료 탐사, 개발, 정유 및 발전 등의 투자액은 약 1조1000억달러로 집계했다. 청정에너지 총 투자액이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액을 따라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의 덩치에 밀리던 청정에너지 산업이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의 주류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정에너지에 투자한 국가 중 큰손은 중국이다. 중국은 5460억달러로 전 세계 총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단연 선두를 달렸다. 미국은 1410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다음 순위에 있다. 경제블록으로 유럽연합(EU)은 1800억달러를 투자했다.

급진적인 미국의 변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시스템에서 청정에너지로 탈바꿈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좀더 급진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 추가되는 전기 발전설비 용량은 54.5GW다. 이중 태양광발전이 54%로 29.1GW의 태양광발전 설비가 새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까지 태양광 설비 최대 신설로 기록된 2021년 13.4GW의 두 배 이상 되는 규모다. 태양광에 이어 배터리 저장장치(ESS)가 9.4GW(17%), 천연가스발전이 7.5GW(14%), 풍력 6.0GW(11%), 원자력 2.2GW(4%), 기타 0.2GW의 발전설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천연가스발전을 제외한 모든 신규 발전설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미국의 태양광발전은 2010년 이후 계속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에는 원자재와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23% 급감했다. EIA는 지난해 지연된 일부 태양광 사업이 올해 추진되면서 설비 증가 폭을 대폭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신규 태양광발전 규모가 눈에 띈다. 각각 7.7GW와 4.2GW의 발전설비로, 두 주의 합계는 전체 신규 태양광발전설비 용량의 41%를 차지했다.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도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태양과 바람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 공급원이지만 공급이 간헐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발전은 태양이 빛나고,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저장장치의 설치도 같이 성장했다. 현재 배터리 저장장치의 용량은 8.8GW다. 2023년 신규로 9.4GW의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신규 배터리 저장장치의 71%는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될 예정이다. 풍력발전설비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4GW 이상의 기록적인 증가세 이후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에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해 2023년 가동을 시작한다.

반면에 2023년 폐기되는 발전설비는 15.6GW 규모로, 이중 98%가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석연료 화력발전소다. 8.9GW 규모의 석탄발전소와 6.2GW 규모의 천연가스발전소가 올해 없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대부분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건설됐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고효율의 천연가스발전소나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 발전보다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1GW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폐쇄됐다. 2021년에는 5.6GW 폐쇄로 둔화한 후 지난해 다시 11.5GW 규모로 늘었다. 폐쇄되는 천연가스발전소는 대부분 최신 복합화력 천연가스발전소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형 발전소다.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산업혁명 시대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려는 기후변화 시대의 부딪힘은 필연적이다. 사회 곳곳에서 충돌음을 일으킨다.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경제성장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환경보호에 대한 규제는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경제 논리가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위협은 실존적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친환경이 이상주의자들만의 구호이고 경제발전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친환경이 경제의 핵심이 됐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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