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암울한 기후재앙 속 희망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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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폭풍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대부분 지역을 휩쓸고 간 이후인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포트 이리의 호수 근처 마을 건물들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 AP연합뉴스

겨울 폭풍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대부분 지역을 휩쓸고 간 이후인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포트 이리의 호수 근처 마을 건물들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 AP연합뉴스

작년 연말 추위는 매서웠다. 북극에서부터 내려온 북극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평균기온은 영하 4.2도로 1973년 이래 최저였다. 서울의 한강은 크리스마스날 결빙됐다. 이는 평년보다 16일 빠른 현상이다. 12월 23일 광주에는 39㎝ 적설량을 보이며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은 눈 폭탄이 쏟아졌다. 제주도는 87㎝ 적설량을 돌파했다. 강한 눈보라로 당일 제주국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는 없었다.

연말에 추위와 눈 폭탄으로 몸살을 앓은 곳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옆 나라 일본도 최고 적설량 1m를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14명이 사망했다. 야마가타현 오쿠라무라는 223㎝, 니가타현 아오모리현에는 180㎝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홋카이도의 몬베츠시는 한때 2만4000가구 전부가 정전됐다.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과 캐나다를 강타한 겨울 폭풍은 심각했다.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사건으로 묘사됐던 눈 폭풍, 시계의 원근감이 없어지는 화이트아웃(whiteout) 상태가 미국 대평원에서 중서부로 이어지며 최소 22명이 숨지고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대기압이 24시간 이내에 24밀리바(mb) 이상 떨어져 급속도로 심해지는 폭풍을 나타내는 ‘폭탄 사이클론 (bomb cyclone)’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온이 영하 46도까지 떨어지는 것을 경고하며 “당신이 어렸을 때 본 그런 눈 내리는 날이 아니다”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60㎝ 이상 폭설과 시속 112㎞ 이상의 강풍이 몰아쳤다. 응급 구조대의 발이 묶이면서 2명이 숨졌다. 뉴욕주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하이오에서는 폭설로 4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캔자스에서도 3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뉴욕주를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등에서는 180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미 전역에서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미국 남부의 조지아 브라이언 캠프(Brian Kemp) 주지사는 역사적인 저온으로 인해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남부의 따뜻한 텍사스 역시 전력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들에겐 2021년 2월 텍사스에 몰아친 기록적인 겨울 폭풍으로 대규모의 정전사태와 246명이 사망했던 악몽이 아직 생생했다.

폭탄 사이클론은 캐나다에도 피해를 안겼다.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와 퀘벡주에 집중됐다. 수십만 가구가 정전됐다. 이번 폭설은 토론토와 오타와, 몬트리올을 운행하는 열차도 멈춰 세워 크리스마스 당일 시민의 발을 묶었다.

지구의 열은 보존되기에 한쪽이 극단적으로 추우면 다른 쪽은 극단적으로 더워진다. 겨울 폭풍이 북미를 강타하면서 크리스마스 연휴에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불어나는 가운데, 대부분의 유럽은 온화한 날씨의 연말을 경험했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대부분의 기상관측소가 20도 이상을 기록했다. 동부 스페인은 25도 이상을 기록했다.

북극 온난화와 북미 겨울 폭풍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공동연구는 지구온난화, 특히 북극에서 더 급격하게 진행되는 온난화와 미국의 추운 겨울 날씨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연구팀은 수치 모델링 실험과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북극 온난화로 인한 북극 성층권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주변을 돌고 있는 제트기류가 물결 모양처럼 구불구불해져 남쪽으로 퍼진다는 점을 밝혔다.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는 빠르게 회전하는 팽이와 비슷하다. 북극이 온난화될수록 팽이의 회전력이 힘을 잃고, 팽이의 회전 궤적이 움직이고 흔들리면서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다. 로키산맥 동쪽의 북미지역에서 발생한 극한의 겨울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2021년 2월 텍사스에 발생한 기록적인 겨울 폭풍도 늘어진 제트기류가 원인임을 찾아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꾸준히 따뜻해졌지만, 지구 전체의 온도가 균일하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북극해의 영향을 받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졌다. 핀란드 기상연구소는 최근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1974~2021년 관측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3년 동안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전 지구 평균의 4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는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2배 빨리 온난화되고 있다는 기존 통념을 뛰어넘는다.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으로 알려진 북극의 온난화는 북극 지역 내부 요인에 크게 기여한다. 온도가 상승해 눈이 녹으면, 햇빛이 반사되지 않고 그대로 토양 표면에 도달하므로 온난화를 가속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와 대기 사이의 물리적 장벽이 제거되고 개방 수역이 늘어나면서 수온은 더 따뜻해진다. 개방된 바다에서 수증기 증발이 더욱 발생해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를 증폭시킨다. 이런 극지방의 특성이 북극 증폭의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여름 평균기온이 3~7도를 유지하던 북극권의 스발바르제도도 2022년 19도의 따뜻한 온도로 바뀌었다. 따뜻한 기온과 빙하가 녹아 생긴 물웅덩이는 모기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고, 천적도 없는 모기떼로 인한 북극 생태계에 이변을 초래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30년 사이에 북극해 해빙 부피의 75%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세계 대부분 지역서 오존층 회복세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 국립해양대기국(NOA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공동 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오존층이 2040년까지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되리라 예측했다. 훼손이 심했던 극 지역은 조금 늦어 북극은 2045년, 남극은 2066년에 이르면 기존의 수준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했다. 세계 각국이 오존층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였다.

오존층은 상공의 성층권에 존재한다. 비교적 고농도의 오존이 존재하는 층이다. 지구 외부에서 오는 단파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생태계를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과거 에어컨과 냉장고를 작동시키는 냉매제로 프레온가스(CFC·염화불화탄소)를 사용했다. 이것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지구촌은 프레온가스를 대체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 위성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염화불화탄소, 할론 등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 및 규제를 담은,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의정서로 이어졌다. 이는 CFC를 수소불화탄소(HFC)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오존층 회복의 주된 기여 요인으로 평가된다.

현재 HFC는 지구 열의 외부 방출을 막아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효과가 큰 물질로 밝혀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HFC는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 및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후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몬트리올의정서를 수정한 2016년 키갈리 수정협약을 통해 HFC의 사용을 미국·유럽은 2036년까지 85% 감축, 중국과 100여 개발도상국은 2045년까지 80% 감축에 합의했다.

오존층 회복에 대한 소식은 환경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범지구적인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공동 노력이 가시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지구온난화라는 인류의 난제를 풀어가는 데 긍정적인 선례가 됐다. 기후재앙이 뛰쳐나오는 판도라의 상자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이 보인다.

<정봉석 JBS 수환경 R&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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