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경력과 연봉, 제대로 챙기려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구직자들 / 연합뉴스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구직자들 / 연합뉴스

인기 가수가 운영하는 의류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경력사원 모집공고에 ‘대졸/3~7년차/경력직/CS’를 뽑는데 연봉 2500만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3년 이상의 경력직인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너무 적고, 공고된 일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2023년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400만원입니다). 회사는 “‘학력 무관/경력 무관/신입/CS’ 채용을 위한 연봉이었는데 착오로 기재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경력 신입이라 하더라도 “2500만원이라는 금액은 너무 적지 않냐”는 의견이 일었습니다. 회사는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신입 팀원은 물론 회사에 입사하는 모든 학력 무관/경력 무관/신입 초봉을 3000만원으로 조정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신입 연봉이 500만원 높아졌습니다.

위에서 공고된 연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급여가 안 맞으면 안 쓰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노동법도 연봉에 대해서는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최저임금을 규제하는 것 외에는 얼마가 적정한 연봉이라고 제시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연봉제를 실시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지급원칙(통화불·전액불·직접불·정기불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특히 연봉이라는 이름이라도 월 1회 이상 일정기일에 월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입사는 안 하면 그만이지만, 회사에 재직하면서 회사가 제시하는 연봉을 받아들일 수 없어 연봉계약서 서명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이 생각보다 낮거나 삭감되는 경우입니다. 회사는 연봉계약서에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추후 합의해 정산할 때까지는 기존연봉을 계속 지급해야 합니다. 이때 지나친 연봉을 요구한다거나, 연봉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해고한다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중앙 2006부해756).

“경력산입을 높여 달라” 어렵게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생각보다 연봉이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직한 회사가 산정한 경력이 적어서인데, 전부 반영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공무원과 사기업을 나눠봐야 합니다. 공무원의 경우는 행정소송으로 다투고 법령에 규정된 대로 처리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국가가 1주 25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 직업상담원’ 근무 경력(8년)을 반영해주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가는 초임 호봉을 4호봉으로 획정하면서 공무원인 원고들의 임용 전 경력을 호봉 획정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국가공무원법이 위임한 공무원보수규정상 ‘상근’의 의미가 문제로 떠오릅니다. 고등법원은 상근을 1주 40시간 풀타임(Full-time) 노동자로 봤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주 25시간’ 단시간 근로 직업상담원도 상근에 해당하므로 호봉산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두32012).

교육감이 학교법인 이사장과 학교장들에게 교직원 급여를 5년 범위에서 환수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호봉을 과다하게 산정했다는 이유입니다. 이 사립학교 소속 직원들이 호봉 정정 명령 등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느냐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직원이 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두56630). 이렇게 공무원이나 교직원의 경우, 호봉과 인사에 관한 법령이 규정돼 있고 구속력도 있으므로, 호봉에 불만이 있다면 소송으로 다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만합니다.

반면 사기업의 경우는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하고, 취업규칙이 공무원조직의 그것만큼 촘촘하지 않으며, ‘인사재량권’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습니다. 재량권의 남용을 입증해야 하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8다200358 임금 사건. 이 사건도 역시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공채 입사자와 비교해 호봉산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입니다. 법원은 “임용경로에 따라 호봉책정에 반영되는 경력에 차이를 둘 수 있고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에 호봉책정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해서 신규임용자의 호봉책정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경력산입 여부, 산입되는 경력이 몇 년인지 여부는 회사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해고당했다 복직한 경우 호봉은 기본적으로 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하면 ‘부당해고기간 동안 근무했을 경우 노동자가 지급받기로 약정해 놓은 임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이 전부 포함됩니다. 해고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계속 근로했더라면 호봉승급이 예정돼 있거나 해고기간 중 해고 노동자와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임금이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라 인상됐을 경우에는 해고기간 중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액 역시 이와 같이 승급되거나 인상된 액수에 따라야 합니다(대법원 93다21736).

해고된 노동자가 복직했다가 정기승급의 인사발령이 3개월 동안 지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3개월 동안 정기승급이 지연된 부분은 부당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회사는 근로자가 정기승급의 인사명령을 받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근로자가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 사이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20나58765).

전보 발령이 위법하다고 인정받아 복직된 노동자에게 기본급 호봉승급이 누락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8040만8093원의 미지급 임금과 1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34497). 이 판결은 기본급 누락액, 상여금, 직책수당 등 미지급을 인정하고 “위법한 각 전보 명령이 없었고 원직 복귀 조치를 이행했더라면 원고는 기존 기본급 인상액 이상의 연봉 인상을 적용받았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한 경우 단순히 미지급 급여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지급받을 수 있는 모든 임금’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정적인 연장근로수당, 일정기간 근무하면 승급이 예정된 경우 승급에 따른 인상분, 단체협약 체결에 따른 임금 인상액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