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담 - ‘DC 확장 유니버스’의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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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가질 상식적 의문을 풀어 설명한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슈퍼히어로의 존재 이유인 ‘정의’의 실현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목 블랙 아담(Black Adam)

제작연도 2022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25분

장르 액션, 어드벤처, SF

감독 자움 콜렛 세리

출연 드웨인 존슨, 노아 센티네오, 피어스 브로스넌

개봉 2022년 10월 19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 이제는 DC 확장 유니버스도 챙겨봐야 하나. 살짝 부담을 줬던 영화다. 조금 일찍 도착한 언론시사장 입구에서 만난 한 평론가가 말을 건넸다. “정 기자님은 히어로물 안 좋아하잖아요.” 엥? 그런가. 그런 티 낸 적 없는데. 왜 그런 인상을 남겼을까. 생각해보면 부담, 맞다. 적어도 리뷰를 쓰는 입장이라면 저 장면에서 왜 저런 대사를 치는지, 이번 <블랙 아담>으로 한정한다면 DC슈퍼히어로의 극성팬으로 추정되는 소년의 방에 붙어 있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의 포스터를 왜 빌런에서 안티히어로가 되는 이 테스 아담(블랙 아담으로 ‘네이밍’은 영화 후반부에 일어난다)이 찢어발기는지 눈치를 채야 한다. 간단히 말해, 영화의 전후 맥락쯤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상식적 의문

앞서 안티히어로라고 했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테스 아담은 분명 그동안의 DC 영화들, 그리고 마블 영화들의 주인공과 같은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다. 테스 아담의 시야는 좁다. 대의? 그딴 것 없다. 5000년 만에 깨어난 그의 앞에 우연히 나타난 아드리아나 모자를 지킬 뿐이다. 환생,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공통점이라면 자신이 노예로 살던 고대국가 칸다크 지역에 사는 사람들뿐. ‘적’을 제거하는 그의 방식도 무식하다. 도시를 장악한 인터갱 군인들을 살려주는 법이 없다. 인권이라든가 생명존중 따위는 없는 고대 전투방식 그대로다. 어떻게 보면 블랙 아담을 ‘빌런(악당)’으로 인식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상황판단이 정확하다.

사실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우리가 가질 상식적 의문을 철학적 방식으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상식적 의문이란 이것이다. 지구를 구해내는 영웅이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가. 영웅들의 존재 이유, 정의(justice)의 실현이라는 건, 어떻게 가능한가. 필자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슈퍼히어로물은 <슈퍼맨>(1978)인데 크리스토퍼 리브가 신문기자 클락 켄트일 때는 안경을 쓰고 있다. 가슴에 S자가 적힌 타이즈를 입은 슈퍼맨으로 변신할 때는 안경을 벗는다. 그렇다고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설정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 슈퍼맨이 그와 썸을 타던 직장동료 로이스 레인이 위기에 빠지면 항상 나타나 구한다는 점이다. 아니 그 도시에서 사건·사고가 로이스 레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텐데? 스포일러를 하자면 막판엔 이 슈퍼맨은 로이스 레인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나머지 토성의 고리마냥 반대로 지구를 돌아 지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연인을 구해낸다. 설사 저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구가 거꾸로 돌면 시간 축도 뒤로 흘러간단 말인가.

다행히도 <블랙 아담>을 보기 위해 DC 확장 유니버스의 다른 영화들을 ‘학습’하고 극장에 가야 남들이 박수를 치고 웃을 때 형광등처럼 눈만 깜빡깜빡하고 있는 불행한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막강한 ‘드웨인 존슨’의 귀환

포스터에도 중앙에 크게 인쇄된 것처럼 영화의 빌런이자 안티히어로인 드웨인 존슨 주연의 예전 영화들을 떠올리면 된다. 그저 느긋이 좌석에 기대앉아 전체 상영시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그가 때려 부수고, 번개도 내려치고 하늘을 치솟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벌이는 액션 장면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과거 영화들을 언급해서 말인데, 이 영화에서 테스 아담으로 등장하는 드웨인 존슨은 그가 연기한 과거의 어떤 캐릭터보다 막강하다. 하긴 이 영화에서 테스 아담의 설정은 신(神)급인 존재니까. 그런 블랙 아담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고대시절부터 칸다크에서 나는 광물 ‘이터니움’으로 만든 무기는 그에게 꽤 시련을 안긴다. 테스 아담과 맞서고 나중엔 ‘사박’과 맞서기 위해 동맹을 맺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은 호크맨, 닥터 페이트, 아톰 스매셔, 사이클론 등이다. 이들의 전사(前史)를 모른다고 긴장할 필요 없다. 인터넷 정보사이트에 따르면 ‘DC 시네마틱 확장 유니버스’로서 <블랙 아담>의 전작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다. 이 ‘자살특공대’의 등장인물 중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없다. 그냥 확장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어쨌든 독자분들께선 이게 궁금할 거다. 그러니까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냐고. 그렇다. 졸 만한 지루한 장면도 별로 없다. 이런 오락영화는 큰 화면에서 봐야 제맛이다.

코믹스 속 캐릭터와 시네마틱 유니버스 블랙 아담의 차이는

keycollectorc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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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원작 코믹의 팬이라면 드디어 실사화되는 호크맨 등장 영화에서 호크걸이 빠져 아쉬울 것이다. 영화라는 게 그렇다. 2시간 남짓의 장편영화로 이야기를 이끌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원작에서 축약해야 하는 것이 있는 법. ‘5000년 전의 고대인이 어떻게 21세기에 사는 사람들과 현대영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 비밀은 영화에서 드문드문 사용되는 ‘샤잠!’이라는 마법의 주문이다. 아드리아나가 봉인돼 있는 테스 아담을 불러낼 때도 “샤잠!”이라고 외쳤고, 저스티스 소사어티의 비밀기지에 잠들어 있던 테스 아담이 다시 깨어날 때도 그 주문을 사용한다. 이 주문을 쓰면 금강불괴가 된다. 즉 괴력과 방탄능력뿐 아니라 하늘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게다가 쓰는 언어가 달라도 자연스럽게 소통이 된다는 만능의 주문이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블랙 아담이 DC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건 1945년이다. 슈퍼맨만큼 오래된 캐릭터다(사진). 당연히 ‘칸다크를 지배하는 독재자’라는 기본 콘셉트만 공유한 여러 작가의 코믹스에 등장한다. 이번에 등장하는 블랙 아담은 2011년 진행된 뉴52(New52) 리부트 후의 플롯 아웃라인을 따라간다. 아담은 원래 수천년 전 중동에 존재하던 나라 ‘칸다크’의 ‘마법사’(이번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설정은 조금 다른데 그건 스포일러에 해당해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다)였는데, 세상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 하자 대마법사 샤잠이 참여한 ‘서클 오브 이터너티’(영원의 의회)가 그를 ‘영원의 바위’에 봉인했고, 그걸 자기 가족들을 살리려는 시바나 박사가 찾아내 ‘샤잠’을 외치자 봉인에서 풀려난다는 설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남편이 살해된 뒤 저항에 앞장서는’ 여성 캐릭터 아드리아나로 대체됐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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