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파산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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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가 다큐멘터리 <노인표류사회-‘노후파산’의 현실>을 방송한 것이 2014년 9월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은 노인빈곤 문제도 한국보다 빨리 도드라졌습니다. NHK 취재팀은 고령층이 연금만으로 빠듯하게 생활을 꾸려가는 상태를 ‘노후파산’으로 정의했습니다. 주간경향은 제도로서의 ‘파산’에 주목해 고령층의 빚 문제로 취재 영역을 좁혔습니다. 마침 60세 이상 고령자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통계도 있었습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당초 예상보다 고령층의 채무조정을 돕는 기관·단체가 많았습니다. 파산신청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습니다. 변호사를 찾게 되면 200만~300만원이 들어갑니다. 소액 빚에 신음하는 저소득 고령층에는 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 등은 이들에게 무료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많은 곳에 연락을 취했음에도 고령층 파산신청자의 사례를 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파산은 수십년을 꾸려온 한 개인의 경제, 가정 경제의 종착역입니다.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기에 다시 회고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빚진 죄인’이라는 말처럼 파산신청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채권추심이 가능했던 과거에 빚을 진 이들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가정은 파괴됐고, 사회와는 단절된 삶을 사는 이들이 적잖았습니다. 그랬기에 파산신청도 최후의 순간까지 미뤘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층 파산신청자의 다수는 IMF 때 진 빚을 20여년간 청산하지 못한 이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활 가능성이 제로예요.”

오랫동안 노인 빈곤층의 채무조정을 도운 시민단체 활동가의 말이었기에 더 귀에 들어왔습니다. 노년의 파산은 채권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편일 뿐, 자활이나 재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노동 능력이 떨어진 만큼 자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파산신청자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일할 수 있어도 수급자격 박탈로 주거지원 등이 끊길 것을 우려해 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빚더미에 오른 자영업자들, 청년, 중장년이 적지 않습니다. 노인파산이 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재기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늦은 결정에 다음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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