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재치 가득, 미세스 다웃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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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컴퍼니 제공

샘컴퍼니 제공

직업이 성우인 다니엘은 실력이 출중하지만 지독한 이상론자다. 아이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빠지만 늘 엉망이 돼버리는 주변 탓에 엄마 미란다는 점점 지쳐가고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다니엘은 이런저런 궁리 끝에 보모 할머니로 분장해 아이들 곁에 머무르려 한다.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흥미로운 설정이다.

영화는 로빈 윌리엄스의 매력을 한껏 담아내 인기를 누렸다. 스탠딩 코미디언 출신인 그는 기상천외한 애드립으로 속사포처럼 풍자하고 익살부리는 보모 할머니 다웃파이어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2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였던 영화는 4억4130만달러라는 초대박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추억의 명화로 남게 됐다.

뮤지컬은 지난해 처음 막을 올렸다.

<애들이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캐리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와 역시 그들과 함께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기발하면서도 코믹한 스토리를 창조해냈던 존 오페럴이 작사·작곡·극본을 협업해 완성했다. 연출가 제리 작스는 <시스터 액트 더 뮤지컬>이나 <스모키 조스 카페>를 만들었던 인물로 1992년 <아가씨와 건달들>의 리바이벌 무대를 통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의 예술가다.

제작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원래 2020년 개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프리뷰 3회 만에 문을 닫는 악재를 만났다. ‘쇼는 멈출 수 없다’는 믿음으로 재개막을 모색했고, 결국 2021년 12월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이 이뤄졌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순항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결국 배꼽 잡게 만드는 유머와 재치 가득한 익살이다. 영화를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던 스토리가 무대의 조율을 통해 변화와 첨삭, 진화를 거치며 새 생명을 더했다. 특히 스피디한 대사와 시종일관 미소짓게 만드는 기발한 설정 그리고 주연배우 롭 맥클루의 천연덕스러운 애드립이 흥행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말 무대도 발 빠르게 꾸며졌다. 스크린 속 배우와 가수를 오가는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 폭넓은 변신을 보이는 양준모, 뮤지컬 블루칩으로 통하는 정성화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뒷모습으로 엉거주춤한 엉덩이춤을 추는 브로드웨이의 홍보 포스터와는 달리 특수분장을 한 주인공들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우리말 공연 이미지는 세 배우의 치열한 각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역시 특수분장이다. 영화 원작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던 <미녀는 괴로워>에서 날씬한 여배우를 통통한 몸매로 만들었던 비주얼의 변화를 보는 묘미가 이 작품에선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다니엘과 다웃파이어 여사를 오가며 마치 1인 2역을 보여주는 듯한 연기의 변화, 여기에 관객들마저 헷갈릴 정도로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오가는 상황과 설정, 그리고 무대 이상으로 웃음 터지게 하는 익살스러운 뮤지컬 음악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미 티켓 구하기가 수월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가족 단위 관객이 많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우리 공연가의 변화다. 멋진 무대를 만끽하기 바란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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