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복고미 가득한 주크박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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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부터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익숙한 정서 자체가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과거의 소박함과 엉뚱함을 자유롭게 소환한다. 진정한 복고의 재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실감케 한다는 점에서 좀더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 만한 작품이다.

제목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제작연도 2022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22분

장르 뮤지컬, 멜로

감독 최국희

출연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

개봉 2022년 9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더 램프㈜

더 램프㈜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라. 게으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하고 익숙한 제목이다. 드라마, 연극, 영화는 물론 문학, 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무수히 사용됐다. 차치하고 1997년 코미디 배우 겸 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주연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를 모르는 영화팬은 없다. 굳이 이 제목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감독은 오랫동안 다른 제목을 고심했지만 이보다 어울리는 제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매사 고지식하고 독단적인 공무원 남편 진봉(류승룡 분)과 두 10대 남매를 뒷바라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오던 전업주부 세연(염정아 분).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이제까지의 삶이 허망하고 억울해져 버렸다. 자신의 절망에는 상관없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보내는 가족을 보며 세연은 도발하기로 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5분 안에 이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게 분명하다. 모든 것이 과장되고 노골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낀다 해도 이는 관객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초반의 진입장벽을 무사히 넘어선다면 보기 드문 한국영화 한편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형 대중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

익숙하게 봐왔던 할리우드 뮤지컬과는 결이 다르다. 애초 ‘신파’라는 폄훼를 각오해야 할 노골적 멜로드라마를 골조로 선택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용기다. 여기에 선곡된 곡들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자칫 고루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도 가수를 능가하는 대단한 기교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가 아니다. 나름 혼신을 다하는 안무나 대규모 군무 역시 화려하기보다는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런 다듬어지지 않고 부족한 듯한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가 영화 전반을 관통해 이어진다. 일단 통속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는 상황과 진솔한 대사를 통해 보편성을 획득해 관객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배우들의 노래나 춤 역시 너무 완벽하지 않아 되레 친근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연을 맡은 류승룡과 염정아의 뛰어난 연기력과 존재감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외의 소소한 지점에서 더 크게 빛을 발하는 두 사람의 타고난 재능은 시종일관 보는 이를 웃기고 울린다. 힘을 뺀 염정아의 털털한 일상 연기와 맞물려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류승룡의 코믹 연기는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최근 세계적인 유행으로 꾸준히 세를 이어가고 있는 복고(復古) 바람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첫사랑을 찾아가는 부부의 여정 속에 과거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풍경이 펼쳐진다.

추억 돋는 근대사와 히트곡의 향연

더불어 ‘주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한 영화인 만큼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에 유행했던 대중음악이 사이사이에 등장해 향수를 자극한다.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시작으로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반가운 당대 히트곡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모든 노래는 당연하지만 놀랍게도 배우들이 직접 다시 불렀다. 수개월에 걸쳐 발성과 안무를 위한 연습에 시간을 투자했고, 녹음의 경우도 사전, 현장, 후시(後時) 등 3차례나 반복해가며 공을 들였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복고미는 단순히 시대나 소품만 흉내낸 것이 아니다.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부터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익숙한 정서 자체가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과거의 소박함과 엉뚱함을 자유롭게 소환한다. 진정한 복고의 재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실감케 한다는 점에서 좀더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에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장르로 치부돼 오던 SF물이나 좀비물이 어느새 세계시장에서 한국영화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지금도 영화 안에서 뮤지컬 장르의 입지는 매우 협소하다. 작품 자체의 평가와 더불어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한 <인생은 아름다워>가 어떤 흥행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다.

대중성 극대화한 주크박스 뮤지컬

더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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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 양식을 지칭하는 뮤지컬은 국내 문화계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현대적 형태의 뮤지컬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식과 주제에 따라 특성화된 형태로 세분화했는데, 이중 대표적인 하나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곡을 선택해 듣는 일종의 음악자판기인 주크박스(jukebox)에서 어원이 유래된 주크박스 뮤지컬은 작품을 위해 새로 곡들을 작곡하는 기존의 형태와 달리 이미 존재하는 노래를 활용해 새롭게 무대극을 구성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다시 여러 가수의 음악을 한데 모은 ‘컴필레이션 뮤지컬’과 특정 뮤지션의 음악만을 활용하는 ‘어트리뷰트 뮤지컬’로 나뉜다. 비틀스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나 아바의 음악을 활용한 <맘마미아!>(2008) 같은 작품이 어트리뷰트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 뮤지컬은 무대공연과 동일시되는 단어라 봐도 무방하다. 한국 최초의 음악영화로는 1948년 유동길 감독이 연출하고 가수 현인이 주연을 맡은 <푸른 언덕>, 최초의 본격 뮤지컬 영화로는 1975년 신상옥 감독이 만든 <아이 러브 마마>로 기록돼 있다. 이후 10여편의 영화 정도가 언급되고 있지만, 정통 뮤지컬 영화의 범주에 넣기 애매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유사 뮤지컬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일 것이다.

개봉을 기다리는 윤제균 감독의 <영웅>이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달래주길 기대하는 시선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웅>은 2009년 초연 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 원작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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