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지킨 자’라고 불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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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논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 의원실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한 뒤 통화를 마무리하려 할 때쯤, 이 관계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얘기를 꺼냈다.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한번 취재해보는 건 어때요?”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전화를 끊고 몇가지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당시 국방부를 담당하고 있었다. ‘36개월, 합숙, 교정시설’ 그해 12월 정부가 내놓은 대체복무안이다. 국회가 2019년 12월 대체복무법을 통과시키는 과정도 지켜봤다.

직관적으로 ‘징벌적’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안에 반발하던 목소리를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우려를 전달한 장면도 잊을 수 없다.

2020년 1월 대체복무법이 시행된 이후 담당 부서를 옮기면서 대체복무 취재에서 잠시 멀어졌다. 그해 10월 대체복무 요원들이 첫 입소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기사를 통해 접했다. 대전교도소에 입소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의 사진도 희미하게 기억났다.

인터뷰에 응한 대체복무 요원들의 심경은 복잡해보였다.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에 따라 대체복무가 이렇게 설계된 취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입소할 때는 기쁨과 기대의 감정이 컸다. 생활할수록 힘이 빠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징벌적 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양심을 지키는 것에도 대가가 필요한가’라고 이 사회에 묻는 듯했다.

법만 놓고 봐도 이들은 병역기피자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이 병역기피자라고 손가락질하는 게 현실이다. 곧 추석이다.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교정시설을 방문해 대체복무 요원들을 만나는 건 어떨까. ‘양심을 지킨 자’라고 한번 불러주면 어떨까. 물론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대체복무 요원들을 오해하는 시민들이 다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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