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태국 최대 기업 PTT,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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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폭스콘이 태국에서 PTT와 손을 잡고 전기차 사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폭스콘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애플의 제조업체지만, 태국의 PTT는 어떤 기업인지 생소하게 들린다. PTT는 태국 국영 석유공사로 태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다. 아세안 자원 부국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떠올리지만, 태국에도 석유와 천연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생산량이나 매장량 측면에서 30위 밖에 있어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 생산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태국은 원유수출국인 브루나이보다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개발하고 수출입을 담당하는 기업이 바로 PTT이다.

태국 국영 석유공사 PTT가 본격적인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 PTT 홈페이지

태국 국영 석유공사 PTT가 본격적인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 PTT 홈페이지

PTT의 정식 명칭은 PTT 주식회사(Public Company Limited·PTT PLC)로 태국 내 석유 탐사와 생산, 정유, 수송 및 판매와 관련 사업 일체를 담당하고 있다. 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설립 당시에는 태국석유청(Petroleum Authority of Thailand)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를 줄여 PTT라고 불렀다. 태국석유청은 1978년 12월 태국석유청법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회사는 아니었다. 탄생 배경에는 19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이 있었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되기는 하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태국 역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해야만 한다. 태국 정부는 국내 원유 개발과 함께 신속하게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조달하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필요가 있었다. 석유파동 위기를 겪으면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석유청을 설립했다.

거대한 에너지 공룡의 탄생

태국석유청은 말 그대로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에너지 관련 사업 모두를 관장했다. 1984년 6개의 LPG(액화석유가스) 터미널과 보틀링(병입) 공장을 설립했고, LPG를 전국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1985년 라용(Rayong) 지역에 가스 분리 공장 등 태국 내 각종 에너지 플랜트 건설과 판매에 주력했다. 원유 및 가스 탐사와 생산을 더욱 강화할 목적으로 PTT 탐사 생산회사(PTT Exploration and Production Co.,·PTTEP) 그리고 PTT 천연가스 배급사(PTT Natural Gas Distribution Co)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산업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산하기관이라는 한계로 인해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 금융위기로 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민영화 바람이 더 거세게 불었고, 자금 동원이 필요한 석유청도 그 대상이 됐다. 석유공사 기업으로 전환하고 태국증권거래소에 상장을 결정했다. 2001년 마침내 지분 약 33%가량을 민간에 넘기고, PTT 주식회사라는 현재의 모습으로 태국 주식시장에 등장했다. PTT는 기업공개로 7억2500만달러를 조달하면서 태국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어로 기록됐다. 거대한 에너지 공룡의 탄생이었다.

민간 영역으로 나온 PTT는 빠르게 변화했다. 중요한 전략은 업스트림(원유의 생산부문)과 다운스트림(원유의 수송, 석유제품 생산·수송·판매)의 양방향 확장이었다. PTT는 원유탐사와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PTTEP를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자국을 벗어나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 해외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했다. 석유화학 사업은 PTT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 Plc)을 통해서, 정제사업과 석유제품 판매는 태국 오일(Thai Oil Plc.)을 통해서 했다. 리테일 부문은 PTTOR(PTT Oil and Retail Business Public Company Limited)로 분리했다. PTT가 직접 운영할 때보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가 크게 향상됐다. 주유소 활용 전략도 다채로워졌다. 2002년 카페 아마존과 원스톱 서비스 스테이션인 PTT 라이프 스테이션이 그 사례다. PTT의 주유소를 생활밀착형 서비스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었다.

34개 자회사를 거느린 PTT는 그룹 지주회사 역할과 함께 원유 및 석유제품 판매와 천연가스 통합 비즈니스도 직접 운영한다. 판매는 그룹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가스사업은 사실상 독점이며 발전사업과 연결된다. PTT에서는 기술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도 중요하다.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은 규모 측면에서 대형 공사이면서 작업공정 측면으로는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태국뿐만 아니라 해외지역에서 탐사와 개발, 생산, 공급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PTT는 이를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그룹 전체에서 연구개발(R&D)과 프로젝트 관리 노하우 등 PTT가 중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 있다. 석유화학 분야의 기술 이외에도 PTT는 자체 이노베이션 연구원에서 디지털 솔루션과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PTT 엑스프레소(PTT ExpresSo)는 에너지와 모빌리티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맡고 있다.

에너지 사업의 대전환 추진

PTT는 태국 최대 기업이자 아시아의 메이저 에너지 기업으로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포브스’가 뽑은 글로벌 2000개 기업에서 232위를 기록했다. PTT의 2021년 매출은 705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0%가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34억달러로 2020년 대비 무려 180%나 뛰어올랐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덕분에 PTT와 자회사 모두 덕을 봤다. 태국 시가총액 1위와 3위를 PTT와 PTTEP가 나란히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태국의 알짜 기업 PTT는 여전히 정부지분이 51%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PTT에 대한 외부의 개혁 요구가 지속적인 변화, 발전을 추진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PTT는 에너지 사업의 대전환을 실행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완성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 사업 매각을 단행했다. ‘글로벌 파워 시너지’사(社)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그린에너지 사업의 비중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본격적인 전기차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 PTT는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폭스콘과 손을 잡았다. 10억4000만달러 규모의 합작회사 호라이즌 플러스를 설립하고 연간 5만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설립에 착수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약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대만의 최대 제약회사인 로터스 제약을 운영하는 지주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태국 정부는 그간 자동차의 동남아 제조 허브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전기차 시대에도 그 구심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따라서 PTT의 전기차 도전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이면서 동시에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도네시아 중심으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과의 경쟁 최전선에 PTT가 서 있는 셈이다. 전통 석유 기업에서 신규 에너지와 모빌리티 사업까지 확장하는 PTT, 태국과 아세안 경제의 전환점에서 한국이 반드시 주목해 살펴봐야 할 기업이다.

<고영경 선웨이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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