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필리핀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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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지느러미 보일라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13)필리핀 세부

필리핀 세부섬 해역 산호초 지대를 지나는데 폴립(히드라·산호류 같은 원통형 해양고착생물) 사이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호흡을 멈추고 지켜보니 폴립 색깔과 질감 그리고 형태까지 그대로 흉내 낸 고스트파이프피시가 눈에 들어왔다. 실고기목에 속하는 고스트파이프피시는 바닷말이나 산호 폴립 사이에 완벽하게 숨어든다. 한번 자리 잡고 나면 유령처럼 그 존재를 찾기가 힘들다 해서 고스트(Ghost)란 이름이 붙여졌다.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낼 만한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이들의 유일한 재주가 주변 배경 속으로 숨어드는 일인데, 이를 고스트라 본 것은 지극히 관찰자적 시점이다. 모든 동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천적에 대한 방어 수단을 본능과 학습을 통해 발달시키며 진화해왔다. 현존하는 생명체는 오랜 세월을 두고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하고 만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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