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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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인 청년이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 위 마이크 앞에 선다. 그러자 관객 한명이 이발부터 하고 오라며 야유를 보낸다. 의기소침해졌을 법한데 청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시원하게 노래를 부른다. 더불어 다리까지 격렬하게 흔든다. 이때 카메라는 하체를 앵글에 담아 특정 부위를 부각한다. 여성 관객들은 하나같이 환희에 찬 얼굴로 함성을 지른다.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영화 <엘비스>의 예고편 중 한 장면이다.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실제로도 그랬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출현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경쾌한 로큰롤 노래를 부르며 현란하게 하반신을 놀린 백인 가수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최초였다. 로큰롤의 확산을 견인한 인물 중 하나인 빌 헤일리 역시 백인이었지만 그의 제스처는 리듬을 타는 정도에 그쳤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미남이라 더욱 돋보였다. 1956년 9월 엘비스 프레슬리가 유명 TV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에 처음 출연했을 때 무려 6000만여명이 방송을 시청한 사실이 그의 뜨거운 인기를 설명해준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수많은 여성을 홀린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당연히 히트곡도 많다. ‘하트브레이크 호텔’, ‘돈트 비 크루얼’, ‘하운드 도그’, ‘제일하우스 록’, ‘러브 미 텐더’,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 등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것만 18곡이나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을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이 일찍이 제작된 일이 시사하듯 전기영화도 언젠가는 만들어질 운명이었다. 7월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들이 스크린을 통해 울려퍼진다.

지난 5월 미국 가수이자 래퍼인 도자 캣의 ‘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윤곽을 드러낸 사운드트랙 앨범은 6월 완전히 베일을 벗었다. 앨범에는 에미넘, 재즈민 설리번,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덴절 커리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이름을 올렸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 등의 영화 사운드트랙을 그 시절 가장 잘 나가는 가수들로 꾸리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취향이 또 한 번 드러난다.

이는 10대, 20대에게 엘비스 프레슬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다. ‘베이거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버전으로 유명한 빅 마마 손턴의 ‘하운드 도그’를, 스웨 리와 디플로가 함께한 ‘튜펄로 셔플’은 ‘대츠 올 라이트’를, 에미넘과 시로 그린이 부른 ‘더 킹 앤드 아이’는 ‘제일하우스 록’을 샘플로 썼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이 현재 대중음악의 대세 장르인 힙합으로 환생했다.

차용 방식이 아닌 리메이크도 마련했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가 해석한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는 피아노 반주와 담담한 보컬로만 구성해 은은하게 서정미를 풍긴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의 ‘베이비, 레츠 플레이 하우스’는 원곡의 로커빌리(록 음악에 컨트리를 더한 장르) 성격을 강화했다. 중반에 디스토션(재생음 성분의 일그러짐 현상)을 건 전기기타 연주를 넣어 거친 면모를 내보인다. 배우와 후배 가수들의 커버로 사운드트랙은 다채로움을 뽐낸다.

오랜만에 나온 음악영화라서 음악팬들은 <엘비스>가 반가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중음악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슈퍼스타를 주인공으로 택했기에 기대감이 한층 커진다. 이제 엘비스의 무대를 큰 화면으로 즐길 일만 남았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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