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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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쉽게 막을 내린 지 2년 만의 재회다. 소식만으로도 반가움과 안도의 마음이 밀려든다. 다들 비슷한 느낌이리라.

뮤지컬 <아이다> / 신시컴퍼니

뮤지컬 <아이다> / 신시컴퍼니

<아이다> 원작은 주세페 베르디가 만들었던 동명 타이틀의 오페라다. 수에즈운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당시 이집트의 국왕 이스마일 파샤가 의뢰해 시작됐다. 베르디는 처음엔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거듭되는 의뢰와 원작 이야기에 감동해 결국 4000파운드라는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작곡료를 받고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오페라는 4막으로 이뤄져 있다. 배경은 고대 이집트로,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집트 군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많은 포로가 끌려온다. 그중에는 신분을 숨기고 있던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도 있다. 남다른 당당함에 끌려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는 그를 이집트 공주인 암네리스의 노예로 보낸다. 그 와중에 라다메스는 점차 아이다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페라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 그리고 암네리스와의 삼각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특히 극의 마지막, 아이다를 돕기 위해 조국을 배신하는 라다메스와 그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 아이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최후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오페라의 스토리를 빌려와 상업적인 무대용으로 재가공한다. 물론 오페라와 다른 부분도 있다. 첫 장면과 엔딩신에 등장하는 윤회 장면이 대표적이다. 가족 오락물을 주로 만드는 다국적 기업 디즈니는 지고지순한 사랑과 비극적 종말 대신 특유의 낙천적인 세계관으로 변화를 가미했다. 뮤지컬에서는 그래서 동양의 윤회사상을 대입시켜 현대에 환생한 두 연인이 첫 만남에서부터 왠지 모를 호감을 느낀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이집트관에서 서성이던 남녀가 왠지 어색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서로 싫지는 않아 보이는 만남을 가진다는 설정이다. 극의 마지막에서 이들 상봉의 의미를 다시 알려줌으로써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함을 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페라의 아련한 뒷맛을 무리하게 가족 오락물로 변화시켜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이유다. 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거품이 돼 사라지는 대신 행복한 결혼을 하고, 아이다는 환생해 라다메스와 재회한다고 비판한다.

음악과 배우는 이론의 여지 없이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옥주현이 큰 인기를 누렸다. 글로벌 공연가에서는 초연의 주인공을 맡았던 헤더 헤들리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라이언 킹>에서 심바의 여자친구인 날라 역으로 데뷔를 한 그는 특유의 가창력을 선보여 인기를 누렸다. 그의 바통을 이어 흑인 여가수 토니 브랙스턴과 데보라 콕스 등이 스타 마케팅으로 무대에 섰지만, 헤더 헤들리의 카리스마엔 미치지 못했다. 헤더 헤들리는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재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계의 ‘검은 보석’이다.

이번 우리말 앙코르 무대에서는 윤공주와 전나영, 김수하가 아이다로, 아이비와 민경아가 암네리스로, 김우형과 최재림이 라다메스로 등장한다. 뮤지컬 <아이다>의 신화를 다시 써내려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무대에서 확인해볼 만한 올해 최대의 관심사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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