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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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일상을 회복한 모양입니다. 뉴스 영상 속 인파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모나리자’를 보겠다고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더군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가 최근 또 수난을 당했습니다. 한 관람객이 “모든 예술인이여, 지구를 생각해달라”면서 케이크를 던졌다네요. 훔치고, 파손하는 등 모나리자의 수난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설치해놓은 강화유리 덕분에 원본 훼손은 막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 그의 외침을 들으며 <총, 균, 쇠>의 저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 UCLA 교수가 떠올랐습니다.

[편집실에서]‘모나리자’의 수난

오는 6월 22일 개막하는 ‘2022 경향포럼’의 기조강연자로 나설 예정인 그가 때마침 경향신문 인터뷰(5월 31일, ‘팬데믹은 계속 올 것…한국 저출생은 기회’)에서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위협으로 핵전쟁, 기후변화, 필수 자원의 고갈, 불평등을 꼽았거든요. 그는 “가장 큰 위협은 우리 모두를 죽이거나 파괴할 수 있는 핵전쟁이고, 두 번째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인 기후변화”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산림, 어업, 담수, 표토와 같은 필수 자원의 고갈도 인류의 위협요인이며 이미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제오늘 나온 경고는 아닌데요. 안타깝게도 지구의 수난사는 자꾸만 되풀이될 뿐, 멈출 줄을 모릅니다.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를 목전에 두고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할 인류는 지금도 정쟁과 반목을 거듭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러하니 미래세대의 터전인 학교라고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혐오·증오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총기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일본에선 교육 현장에 만연한 ‘집단 따돌림’과 ‘멸시 풍조’를 누그러뜨려 보고자 초등학생들에게 별명이나 이름 대신 ‘~상(さん·씨)’으로 부르도록 강제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퇴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이 연일 시끌시끌합니다. 반대자들의 확성기 시위로 인근 주민들이 밤잠을 설칠 정도라는데요. 급기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들을 모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서울시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선 한 보수 성향 후보의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는 거두절미하고 ‘전교조 아웃(OUT)’이었습니다. 어쩜 이리도 다들 극단적이고 살벌해져 버렸을까요.

6·1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국민의힘 압승, 더불어민주당 대패입니다. 승자의 기고만장, 패자의 절치부심으로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을까요. 아니면 승자의 자중자애, 패자의 권토중래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까요. 10여년 만에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보수 교육감이 약진한 교육감선거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요.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진영 논리에 휩쓸려 왔다 갔다 반복하느라 방향타를 잃고 각자도생의 정글이 돼버린 교육 현장의 수난사를 이번에는 과연 끊을 수 있을까요.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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