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리 두기의 여파로 야외운동 종목들이 각광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테니스였답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경기 시청하기를 좋아하는 테니스 팬의 한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테니스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알 만한 테니스 스타 3인방이 있습니다. 노바크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20년 가까운 세월을 ‘장기집권’하며 세계 테니스계를 쥐락펴락해온 선수들입니다.
![[편집실에서]‘흙신’ 나달의 질주](https://img.khan.co.kr/newsmaker/1461/1461_6.jpg)
최근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우승을 차지했다지요. 이 대회에서만 무려 14번의 우승입니다. 2005년 데뷔전에서 우승의 시동을 건 이후 네 번을 빼고는 싹쓸이를 해버렸으니 가히 ‘클레이(진흙) 코트의 제왕’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프랑스오픈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윔블던, US오픈, 호주오픈 등의 우승 트로피는 부상, 슬럼프, 컨디션, 실력, 행운 등 변수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간 3인방이 골고루 나눠가졌지만 유독 프랑스오픈만은 거의 나달의 ‘독무대’입니다.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연거푸 지고,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오고, 경기력 저하로 평론가들이 “나달의 시대는 갔다”는 독설을 내놓을 때도 그는 보란 듯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화려하게 재기했고, 급기야 메이저대회 우승횟수(22회)에서 페더러(20회)와 조코비치(20회)를 제치고 지금 가장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독주를 용납지 않는 이들의 파란만장한 전적으로 미뤄 미래의 최종승자가 누가 될지 속단키는 이르지만, 그 긴 세월 동안 쌓아 올린, “프랑스오픈이 곧 나달”이라는 금자탑만은 두고두고 역사에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재보궐선거,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원인 진단부터 방향 설정까지 의견이 엇갈려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요.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더불어민주당이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그걸 찾아내 동의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실타래처럼 꼬인 난제를 의외로 쉽게 풀 수도 있을 텐데요.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어떤 폭풍이 불어와도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음은 물론,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꿔볼 수도 있으니까요. 비단 민주당만의 숙제는 아닐 겁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의 엇박자, 탈원전과 친원전의 대치, 적재적소 인사냐 검찰편중 인사냐 설전이 난무하는 안갯속 현실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사안의 본질(핵심)이겠지요. 당장 눈길을 끈 인사가 최근 하나 있었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통하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의 금융감독원장 임명인데요.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금감원장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낼까요, 아니면 검찰공화국 건설의 수많은 도구 중 하나로 그저 장렬히 소모되고 말까요. 훗날의 평가가 많이 궁금합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