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G워너비’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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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지부진하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한 지 8회차에 경연 참가자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의 <쇼미더머니>는 늘 10회 안에 막을 내렸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도 12회를 넘기지 않았다. 반면에 <놀면 뭐하니?>가 출범한 걸그룹 오디션 ‘WSG워너비’는 이제야 절반에 다다랐다. 쓸데없는 장황함에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WSG워너비 에피소드 한 장면 / MBC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WSG워너비 에피소드 한 장면 / MBC

이번 기획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이맘때 <놀면 뭐하니?>가 SG워너비에 착안해 제작한 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가 큰 인기를 얻으며 여러 음원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SG워너비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불렀던 그들의 대표곡들이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MSG워너비가 부른 라붐의 ‘상상더하기’ 또한 역주행 대열에 들었다. 상업성이 검증됐다. 여성 버전 제작을 놓칠 리 만무하다.

MSG워너비 때와는 다르게 WSG워너비는 유재석뿐만 아니라 정준하, 김숙, 하하 등 다른 연예인들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들이 블라인드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지원자가 누구인지 추측하거나 몇몇 인물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 때문에 프로그램 속도가 늘어졌다. 합격을 보류했던 출연자를 재차 불러 환담하고 노래를 듣는 일이 더해지면서 지루함이 커져갔다. MSG워너비도 15회에 걸쳐 방송했지만 WSG워너비는 선발 절차가 더뎌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아이템으로 삼는 행위의 반복이 싫증 유발에 한몫한다. 2019년부터 전파를 탄 <놀면 뭐하니?>는 현재까지 모두 27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냈다. 이중 음악을 소재로 한 것이 WSG워너비를 포함해 11편에 이른다. 음악 예능이 주종목인 프로덕션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나치게 음악을 우려먹는다. 사골 국물이 졸다 못해 가마솥 바닥이 뚫릴 지경이다.

시청률이 중대한 가치인 방송국으로서 당연한 선택이긴 하다. 많은 인구가 음악을 좋아한다. 경합하는 프로그램을 즐긴다. 오디션 형식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더없이 좋다. 이번에는 자사 음악 예능 <복면가왕>의 요소를 곁들여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한 WSG워너비는 2000년대 중반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SG워너비, 씨야 같은 그룹을 모티프로 하기에 대중음악계에 늘 잔존하는 복고의 불씨(최근 이뤄진 싸이월드의 서비스 재개 같은) 덕을 볼 수 있다.

그동안 <놀면 뭐하니?>를 통해 나온 노래 대부분이 발매 즉시 다수의 음원차트 상위권에 들었다. 지난달 선보인 WSG워너비의 음원 역시 전적에 버금가는 성적을 거뒀다. 해당 노래들은 원곡의 반주를 그대로 쓴, 평범한 ‘다시 부르기’에 불과하다. WSG워너비 에피소드가 거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굼뜬 연출, 동일한 소재의 활용뿐만이 아니다. 인기 프로그램을 앞세운 거대 미디어의 음원차트 전횡도 불편함에 가담한다. 안일하고도 잔혹한 풍경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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