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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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최초 호러물? 샘 레이미 연출은 빛났다

전작에서 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들’이 한꺼번에 모인 마당에 여러 평행세계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출연하는 건 뻔히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멀티버스’라는 설정 때문에.

제목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제작연도 2022년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26분

장르 액션 외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웡, 레이첼 맥아담스, 치웨텔 에지오포, 소치틀 고메즈 외

개봉 2022년 5월 4일(전 세계 동시 개봉)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뭐, 불가능할 게 있을까. 이미 전작에서 삼스파, 그러니까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의 톰 홀랜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즉 ‘피터 파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설정을 선보인 마당에 여러 버전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출연할 건 뻔히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평행우주, 그러니까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도입하면서다.

이번 작품엔 아예 제목으로 등장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제목 옆에 콜론을 쓰고 ‘대혼돈의 멀티버스’라는 부제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열어젖힌 멀티버스 덕분에 이제 평행우주가 충돌하는, 때로는 주인공이 ─여기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인공이니 그가─ 넘나드는 본격적인 대환장 파티가 시작된다.

평행세계의 존재를 깨닫는 법

사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관객으로서는 복잡해지지만, 창작 입장에서는 아주 편해진다. 앞뒤 설정이 맞지 않는 ‘컨티뉴어티’ 문제도 그건 저쪽 평행우주에서 벌어졌던 일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평행세계의 존재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화는 ‘꿈’이 다른 평행세계의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볼 수 있는 통로라고 주장한다.

영화의 시작 장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낯선 소녀와 함께 낯선 괴물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꿈속에서 그는 괴물을 물리칠 방법은 비샨티의 책이라는 마법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최종 목적지가 코앞에 있는데 결국 괴물의 추격을 막지 못한다. 닥터 스트레인지(현재 지구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살짝 다른 외모를 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름은 디펜더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중에 좀비가 되는 디펜더 스트레인지뿐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닥터 스트레인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소녀에게 대의를 위해 소녀의 능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제안하고, 그것이 실현되려는 순간 소녀의 ‘능력’이 발동해 또 다른 멀티버스로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나는 닥터 스트레인지. ‘아! 시X 꿈’이다.

그런데 꿈이 아니었다. 과거 연인이었던 크리스틴 팔머의 결혼식이 열리던 장소 근처에서 대소동이 벌어지고, 눈알 하나짜리 촉수 괴물 가르간토스에 쫓기던 그와 조우한다. 스트레인지와 웡은 괴물을 물리치고 소녀에게 저간의 사정을 듣는다. 소녀의 이름은 아메리칸 차베스.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녔다. 차베스는 여러 평행우주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난 전력이 있다. 이미 전작 ‘삼스파’를 통해 멀티버스의 ‘대환장’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하던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멤버 중 그나마 전문이었던 완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려 한다. 그런데─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다─ 범인은 완다였고, 자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두 아이의 꿈을 꾼 완다는 어딘가의 평행세계에서는 실제 두 아이가 살아 있다고 믿고, 그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아메리칸 차베스의 능력을 흡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 소녀를 빼앗아가려는 완다의 흑화(黑化) 버전 스칼렛 위치와 그를 막으려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웡 등의 싸움이 시작된다. 현재의 지구가 아니라 평행세계를 가로질러 다른 지구를 넘나드는 싸움이다.

예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과 달리 상영시간은 2시간 6분으로 짧은 편이다.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면 아쉬워할지 모르지만 담을 만한 이야기는 다 담았다고 본다.

흑화된 ‘스칼렛 위치’와의 대결

흥미로운 건 삼스파 시리즈의 맨 앞에 위치한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감독한 샘 레이미가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공포영화 전문 감독이다 보니 괴기스러운 연출이 돋보인다. 장편 데뷔작 <이블데드>(1987)를 연출한 때부터 35년이 흘렀으니 이제는 노장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도 한데, 여전히 기괴하고 뒤틀린 무서운 이야기를 연출하는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전작이나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한 마블 유니버스 드라마 <완다비전>을 보면 영화의 설정이나 완다의 ‘흑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완다비전> 9회의 부가영상을 보면 완다는 자기 아이들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악의 마법서 <다크 홀드>를 읽고 만다.

눈요깃거리는 확실하다. 시사회는 개봉 하루 전 리뷰 엠바고를 달고 열렸는데 IMAX 3D로는 만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3D 버전의 영화도 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샘 레이미 감독 대표작 <이블데드> 시리즈의 자기 인용


경향자료

경향자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가 부담스러운 건 이 한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다른 전작들을 ‘참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제는 영화만이 아니다. 디즈니플러스TV라는 OTT 전용 콘텐츠인 <완다비전>이나 <로키>도 필견이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넷플릭스나 왓챠 이외에 저 채널도 가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라고 버거워할 만하다.

막상 영화를 보니 그 정도까진 아니다. 만일을 위해 보고 극장에 들어갔지만, 딱히 전작들을 안 봤다고 하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까지는 아니다. 거기에다 지난해 개봉한 <페이즈 4> 전작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이터널즈>도 다른 이야기와 엮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영화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건 샘 레이미 감독의 전작들 인용이다. 영화에서는 평행세계 지구 838에 간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메리칸 차베스가 거리의 피자장수를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피자값을 요구하는 그에게 스트레인지는 3주 동안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마법을 건다. 샘 레이미 감독의 팬이라면 <이블데드 2>의 주인공 애쉬가 자신의 손에 악령이 깃든 뒤 자꾸 얼굴을 쥐어패는 손과 혈투를 벌이다 나중에 자신의 손을 샷건으로 쏴버리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사진·이 애쉬의 ‘환각’신은 공포영화사(史)에서 유명한 장면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말미엔 항상 2개의 부가영상이 붙어 있는 걸 팬이라면 기대하리라. 두 번째 부가영상에서 그 피자 노점장수의 얼굴이 공개되는데 그는 바로 샘 레이미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이블데드의 주인공인 브루스 캠벨이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의 ‘삼스파’ 출연 루머와 함께 이번 샘 레이미 연출작에서 브루스 캠벨 출연 루머가 있었는데 이 역시 실현된 셈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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