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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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다윗 vs 골리앗’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국내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그중 전문성을 살린 영화계의 참여사례를 소개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오는 9월 22~29일 8일간 열린다)의 랜선영화관 다락에서 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획전이다.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 포스터 / VoDA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 포스터 / VoDA

이번 기획전의 소개 작품은 2편으로 단출하지만, 기존에 접하지 못한 소재들이라 효용이 크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공동제작한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이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기만 기다린 모델이다. 먼저 다이제스트 형태로 간결하게 중세 이후 지금까지의 우크라이나 역사를 개괄한다. 대중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장 깔끔한 요약본이다.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기에 몽골-폴란드-터키-러시아의 침략을 잇달아 당한 것만도 기구한데 20세기엔 ‘홀로도모르’ 대기근과 뒤이어 터진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으로 대학살을 겪어야 했던 참혹한 역사가 이어진다.

소련의 해체 후 신생국으로 독립했지만, 정치적 혼란과 강대국 부활을 꾀하는 러시아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는 한동안 정상국가를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 유로마이단(시민혁명)을 통해 친서방 자유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유로마이단의 발생부터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레 1987년의 6월 항쟁을 떠올리게 된다. 혁명의 감격은 오래가지 않는다. 친러 정권 붕괴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의 푸틴이 크름(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전쟁을 감행한다. 유로마이단 참가자들은 이제 총을 들어야 한다. 영화는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개별 사건들을 통시적으로 조망하는 시야를 보는 이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평범한 시민들의 회상과 격동 속에서 변화된 그들의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두 번째 작품은 돈바스 전쟁에 참전했던 여성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다룬 <드러나지 않은>이다. 이 영화에는 앞의 작품처럼 격렬한 시위나 전투 장면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3년의 군 복무기간 동안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진 옥사나 야쿠보바가 겪는 마음의 상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에 오롯이 집중한다.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재무부의 고위직 전문가였지만 병력이 부족해 암묵적으로 한집에 한명씩은 징집되는 상황에서 남편과 자식 대신 총을 들었다.

그 대가로 대통령상과 국방부 장관 훈장을 받았지만 돌아온 건 고통스러운 공황장애였다. 곁에서 목격한 동료와 부대원들의 죽음이 심각한 후유증으로 남았다. 어렵게 전역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출근길에 전철을 타려다 그만 이명현상으로 주저앉고 만다. 타인은 알 수 없는 ‘그만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임계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이 시민들의 애국심을 찬양하는 기조라면, 이 작품은 애국심만으로는 도저히 덮을 수 없는 전쟁의 파괴적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 담긴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소녀 병사들의 끔찍한 체험담을 그대로 영상화한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는 4월 25일까지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운영하는 OTT ‘보다VoDA’에서 무료 관람 가능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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