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의 삶에 기립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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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눈썹, 혁명적인 삶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생활.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를 수식하는 단어에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굵직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무대로 환생한 그의 이야기가 잔잔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뮤지컬 <프리다>다.

뮤지컬 <프리다> / EMK 제공

뮤지컬 <프리다> / EMK 제공

프리다는 온갖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로, 열여덟 살 때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겪으며 30여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으로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은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 여성 편력이 자신의 예술혼을 반영한다는 궤변이 프리다를 정신적인 고통에 빠지게 했다. 죽음을 넘나드는 병마와의 싸움, 3차례에 걸친 유산과 불임 등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고통과 절망은 오히려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 배경이기도 하다. 오늘날 프리다 칼로는 20세기 멕시코 예술과 페미니즘의 상징적인 존재로 통한다.

<데스페라도>나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유명한 멕시코의 영화배우 셀마 헤이엑이 주연을 맡은 영화 <프리다>도 그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유명한 문화 콘텐츠다. 2002년 개봉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 영화의 연출자는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유명한 줄리 테이머다.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오페라와 영화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제작한 영화 <프리다>에서는 연출은 물론 작품 속 탱고 안무와 영화 OST에 등장하는 노래 ‘번 잇 블루(Burn it blue)’의 가사를 쓰는 등 왕성한 창작열을 선보였다. 영화 <프리다>는 1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5600만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는 성과를 남겼으며, 여주인공인 셀마 헤이엑이 관능적인 ‘미녀 이미지’를 넘어 열정을 담아 열연을 펼치는 ‘진정한 여배우’로 평가받게 했다.

무대용 뮤지컬은 한국 창작진이 완성했다. 대학로의 히트 메이커인 추정화와 허수현이 콤비를 이뤘다. 해마다 여름이면 달구벌을 뜨겁게 만드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선을 보였다. 2000년 14회 DIMF에서 초연작 중 가장 빼어난 작품에 주는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초청공연에선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 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해 화제가 됐다. 올해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식 오프닝에서는 최정원과 김소향을 필두로 전수미, 리사, 정영아 등 실력파 배우들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유명한 임정희 등이 가세했다.

프리다 칼로의 삶을 자전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는 점에서 동명 타이틀의 영화와 유사하지만, 무대는 뮤지컬만의 판타지를 적절히 가미해 화려한 묘미를 선보인다. ‘마지막 밤의 쇼(the last night show)’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뮤지컬 <프리다>는 삶의 끝자락에서 쇼의 진행자이자 크루이기도 한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와 함께 그의 삶을 반추하고 위로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완성한다. 너무 유명한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관극 전에 프리다 칼로의 회화인 ‘두 명의 프리다’나 ‘부서진 기둥’, ‘비바 라 비다’ 등은 다시 찾아보고 오기를 권한다. 치열한 그의 삶과 사랑에 마음을 가득 담아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낸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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