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재무제표로 ‘저평가 주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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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저평가된 투자 종목을 미리 고를 수 있다면, 주린이(주식 초보자)도 주식투자가 손쉬울까요? 수익률은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결과가 기대됩니다. 저평가 종목을 선별해두고 그 안에서만 투자금을 운용한다면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평가라는 기준은 시시각각 바뀌며, 투자전문가가 아닌 이상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가장 기본적인 ‘숫자’를 담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가늠자로 삼기를 권합니다. 재무제표에 있는 장부가치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재무상태표에서는 회사가 가진 ‘팔 수 있는’ 재산의 총합인 자산총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채(남의 돈)와 자본(내 돈)을 얼마나 회사에 투입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자본’은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기업이 스스로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나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증가했는지,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었는지는 주가 흐름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손익계산서를 보지 않고는 이를 알 도리가 없습니다. 재무제표의 숫자가 ‘좋아지는’ 회사가 투자 성공률이 높은 회사입니다. 그런 기업을 남보다 먼저 확인한다면 ‘싸게’ 주식을 살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저평가 주식 찾기는 재무제표를 통하면 쉽습니다.

3월 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3월 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많이 버는데 ‘싼’ 회사

먼저 투자자들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저평가 주식’이라고 하면 지금은 적자지만 곧 대박 흑자로 전환할 회사만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결산기에 조사하면 코스피의 80% 이상, 코스닥의 60% 이상 기업이 흑자입니다. 굳이 적자 기업에 희망을 거는 위험한 투자를 즐기지 맙시다. 저평가는 이익에 비해 시장의 평가인 ‘시가총액’이 낮은 상태를 칭합니다. 투자 기본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의 개념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인데 1주당 순이익이 얼마나 났는지, 그에 비해 해당 ‘주가’가 몇 배 가치로 형성돼 있는지 보여줍니다. 보통 PER이 낮은 기업을 저평가됐다고 합니다. 실적 숫자(과거 당기순이익)로 산출한 수치이니 PER을 추정하거나 비교해볼 정도는 돼야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거래 주식수와 당기순이익, 주가로 PER을 계산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익 증가에 비해 시가총액이 낮거나, 높아지지 않았다면 ‘저평가’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종 SPA 브랜드 ‘탑탠(TOPTEN10)’을 운영하는 신성통산㈜의 2021년 반기보고서(2021.7~12)상 손익계산서를 보면 누적 매출액 7432억원, 영업이익 789억원, 당기순이익 490억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회기 1년치 영업이익 743억원, 288억원의 당기순이익과 비교한 후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면 앞으로 신성통산의 PER이 낮아질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타이밍은 맞추기 힘듭니다.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익의 증가와 주가의 큰 흐름만으로도 기업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기준’은 세울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의 도움으로 말입니다. 신성통상이 2022년 6월 결산 시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저평가 기업이 될 것입니다.

재무제표 곳곳의 ‘힌트 숫자’

남들도 다 보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지표로 어떻게 나만의 ‘저평가 기업’을 찾겠습니까? 몇개를 더 재무제표에서 찾아 ‘예지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숫자들 말입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등입니다. 부채비율은 가장 기본적인 건전성 지표입니다. 빚이 많으면 기업이 힘들다고 봅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했거나, 당장 갚을 수 있는 자산이 많다면 ‘빚’은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디벨로퍼 기업인 SK디앤디㈜의 부채비율을 계산해보면, 243%(2021년 3분기 기준)가 넘습니다. 위험한 상태로 보이는데,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결과인지 파악해보면 달리 보입니다. 매출액 4287억원, 영업이익 362억원, 당기순이익 789억원으로 좋은 경영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부채비율 하나만으로 회사를 단언해서는 안 됩니다. SK디앤디가 1년 안에 팔 수 있는 유동자산 1조2014억원과 갚아야 할 유동부채 6168억원도 힌트입니다. 유동비율은 194%로 유동성 자산이 풍부합니다. 이처럼 저평가 기업들은 재무제표 숫자로 ‘잠재력’을 표현합니다. 아직 충분한 이익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차’를 발견해야 합니다.

투자에 집중하는 기업을 가릴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이때는 재무제표상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 항목을 참고합니다. 전력 반도체 기업 ㈜예스티의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59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57억원 적자입니다. 2019년에도 대규모 적자(218억원)를 냈습니다. 지난해 3월 사업보고서상의 현금흐름표를 체크했더니 2020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115억원과 2019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324억원이 보입니다. 2019년 당시 268억원의 유형자산이 증가했고, 자금조달은 재무활동인 전환사채 발행 200억원, 장기차입금 148억원, 단기차입금 90억원 등입니다. 요약하자면 2019년에 상당히 많은 자금을 조달해 ‘무언가’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는 결론입니다. 아직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지만, 전력 반도체 시장이 형성된다면 예스티의 투자는 조만간 손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재무제표가 ‘중요한 숫자’를 담고 있다는 걸 주식투자자라면 모두 압니다. 습관이 중요합니다. 실전에서 투자할 때 사전·사후에 재무제표 숫자와 비교하는 습관이 ‘주린이’와 전문투자자를 가릅니다. 초보 투자자들은 재무제표 숫자를 빠르게 투자정보로 바꿔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은 적은 자본, 소형주를 가지고 ‘경험이나 쌓아보자’는 식으로 주식투자에 입문합니다. 운이 좋을 때도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쌓은 이익을 모두 날리는 게 태반입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저평가 종목’을 선택하는 객관적인 잣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문과 인터넷 정보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는 스스로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재무제표 숫자 몇개만 눈여겨봐도, 누구나 전문투자자들과 비슷한 ‘안전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23)재무제표로 ‘저평가 주식’ 찾기

<이승환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

재무제표로 본 기업의 속살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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