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백남준의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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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로 작업하면 할수록 신석기시대가 떠오른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말이다. 창작이 향하는 미래 역시 과거를 품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는 게 이 말의 의미가 아닐까. 그 깊은 울림을 보고 감각할 수 있는 전시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다. 서진석 초대 울산시립미술관장은 “산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담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기술매체 기반의 예술작품을 연구하고 수집하며 전시하는 미래형 미술관”을 내세우며 “장르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계층과 문화를 아우르는 열린 미술관으로 울산의 문화유산과 생태환경이 지닌 매력과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 전경/ 김옥렬 대표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 전경/ 김옥렬 대표 제공

개관 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는 지구의 모든 생명이 공존하기 위해 ‘인류세(人類世)’ 논의가 필요한 시기를 맞아 1·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특별전에는 세계적인 미디어작가 히토 슈타이얼, 중국 출신 신예작가 정보 외에도 세실 B. 에반스, 카미유 앙로, 얀레이, 아키라 타카야마, 왕홍카이, 알렉산드라 피리치, 슈리칭 등 유명 해외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특히 울산의 정체성을 담은 산업과 예술생태의 공존을 위해 자연과 기술의 융합을 시도했던 백남준의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작품이 미술관 중정 로비에서 전시 중이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을 활용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에서는 오감만족을 위한 장을 열어놓았다. 최신 디지털 기술 전용 체험관을 활용한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전시는 디지털아트를 기반으로 미래의 미술관을 표방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방향을 보여준다. 알도 탐벨리니는 모든 것의 시작인 ‘블랙’에서 에너지의 근원인 ‘라이트’로 시선을 옮기며 우주 생명의 근원을 시청각적 실감미디어 아트로 보여준다. 1960년대 미디어 확장을 시도했던 작가의 선구적인 실감미디어 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장품전은 유휴 공간인 대왕암공원의 옛 울산교육연수원을 활용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김윤철의 ‘크로마’를 비롯해 이불, 문경원&전준호, 와엘 샤키, 카스텐 니콜라이, 날리니 말라니 등 실험성과 작품성으로 주목받은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다양한 비전을 담은 작품 30여점이 <찬란한 날들>이란 주제로 전시 중이다. <대면_대면 2021>전에서는 지역 청년작가 24인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이며 지역 작가에 대한 관심도 끌어낸다. 여기서는 이 미술관 소장 제1호인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거북’(1993년)도 감상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산업과 예술, 자연과 기술의 융합을 거치면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내세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예술의 새로운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제시하는 미래형 미술관으로서 지역의 문화정체성 연구를 통해 문화도시 울산의 토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다. ‘포스트 네이처, 포스트 휴먼’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려는 미술관의 비전에 응한 듯 젊은 관람객들로 북적댄다.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라고 했던 백남준의 울림이 미래로부터 전해오는 듯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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